미네르바 "기자 제의 받은 적 있다"

머니투데이 이승우 기자 2009.04.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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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는 심정으로 우리 경제 도움될 수 있는 방향으로 글 쓰겠다"

미네르바 "기자 제의 받은 적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주변 분들이 경제적 파산 혹은 자살을 하는 것을 보고 경제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또 글을 써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박대성 씨(아고라 필명 미네르바)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게 된 동기다. 주위 친구들이 주식 투자로 큰돈을 잃고 자살을 선택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IMF 당시와 지난해 우리 경제의 흐름이 너무 비슷하게 흘러간 것이 두려웠단다.



정부가 일부 사실에 대해 중립적인 관점에서 국민에게 알리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나섰다고 했다.

"우리 경제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한 나름의 진단도 내놓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동성에 바탕, 신용 창출로 시작된 거품 붕괴가 지난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그 여파가 그대로 전달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현재는 엄청난 유동성으로 실물을 받치고 있는 상황으로 금융으로 실물을 일으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유동성을 풀어 실물 경기 회복을 꾀해야 하는 시점은 조금 앞당겨질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위기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도 늦춰졌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분석은 600G(기가)에 달하는 개인 내·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와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금은 압수된 상태다.

그동안 올렸던 글은 이같은 자료를 나름의 모델을 통해 재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면 공통되는 것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미네르바식 해석을 한 셈이다.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쓸 것이라고 밝혔다. 단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과 방향으로 글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기자 제안을 받았지만 이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인 것 같아 거절했고 책을 쓸 용의는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검찰의 기소와 구속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렇게 큰 일이 될지 몰랐다. 경제 뿐 아니라 법도 잘 알아야 자기 자신을 잘 지킬 수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겪은 고충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다음은 박대성 씨와 일문일답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심경이 어떠신지
-감기에 걸려서 고생이 많았다. 구치소에서는 한 명이 감기 걸리면 다 걸린다. 자유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자유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특수한 경험을 하다 보니까 가치관 등 생각하는 게 바뀌었다.

▲구속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으로는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권리들이 이제는 법으로도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고 느끼는 계기가 됐고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법을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법을 잘 알아야 나를 잘 보호할 수 있다.



▲구치소에서 사진을 붙여놓고 견뎠다는데
-폐휴지 처리장이 있는데 신문지를 주워서 사진을 오려서 벽에다 붙여놓고 마인드 트레이닝 했다. 워싱턴 DC, LA 등 도심 풍경이 주였다. 갑자기 견디려고 하니까 쉽지 않기 때문에 그걸 심리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육체적인 운동은 바닥에 수건을 깔아놓고 뛰기 운동을 했다. 저녁에는 요가를 했다.

▲성격이 분석하는 편인가
-감성적인 것보다는 이성적인 쪽인 것 같다. 관찰형이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
-첫번째 이유는 97년전에 IMF 시절 친구 부모가 자살한 경우가 있다. 주식으로 전 재산을 잃었다. 지난해 흐름이 비슷하게 돌아가서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때 친구나 부모님들 자살하는 것도 봤다. 그 당시 친한 친구였다. 보증 문제로 날려서 자살한 분들, 주식으로 돈을 잃어서 심리적 타격을 받아 가정 파탄, 자살 경로를 밟아가는 걸 고등학교 때 봤다. 모르면 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서점에서 경제 잡지 등을 받았다. 모르면 당할 수도 있다는 것, 나도 당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둘째, 기관에 소속된 곳은 신중하고 중립성이 상실돼 있다. 중립적 관점에서 말하지 않으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직시를 할 수 없다. 이런 것들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중립적인 차원에서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주체가 없었다. 대중들도 그래서 공감을 해 나갔다.

▲정보를 어디서 수집했나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나 뉴스를 봤고 개인적 견해가 어떻다는 데에 대해서 모델을 짜내서 이야기를 했다. 재해석 한 것이다. 정보 출처가 어딘지에 대한 오해의 소지. 욕설을 많이 쓴 것은 죄송한 것이다. 메모를 정리하고 내용을 이해하다 보니 관리하다면 보면 겹치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 그리고 우리 경제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평가하나
-한국경제 독자적이지 않다. 대외 의존도가 높다. 수출기여도가 경제성장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관찰을 보고 그래서 아시아 시장, 그리고 국내 시장으로 좁혔고 미시적으로 외환시장으로 연계되는 것이다. 금리 정책 영향을 받고. 실질적인 자산가치 변동 요인이 있는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고 이는 개인의 소비와 투자 패턴의 변화를 가져왔다. 여러 변수들의 가중치를 개입시켜서 시뮬레이션 한 것이다. 단 수치화한 것은 아니다. 대략적인 툴을 만들어 짜서 기술하는 것이다.



작년은 일반적인 기존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용파생상품으로부터 시작된 은행권 부실이 전 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미치는 영향에서 국내로 전이되면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국내에 똑같이 투영된 효과가 나타났다. 자산가치의 하락이 유발된 것이다. 금융감독 규제와 신용을 바탕으로 한 대출 부분에 대한 위험성 버블이 이어진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유동성으로 인한 버블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다.

▲갖고 있는 데이터가 얼마나 되나
-외장 하드로 있던 게 500기가, 하드디스크가 80기가. 그 안에는 책과 보고서 동영상 파일과 일반 문서 자료로 거의 다 차 있었다. 강의 영상도 저장돼 있고 구속되기 이전에는 마케팅 쪽을 공부하고 있었다.

▲한국은행과 재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해 왔는데, 그렇다면 지난해 어떤 정책을 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유동성을 통해 경기 회복을 시키려고 했으면 선제적으로 했어야 했다. 지금은 그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시간을 너무 끌면서 그 후유증이 간과됐다. 엘(L)자형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과도한 시장 개입을 통한 시장왜곡이 가장 중요했다. 시장 왜곡 변수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 글쓰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거취는
-이제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회개하는 심정으로 보답하겠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개인들의 자산 가치 보전하는 방향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하겠다. 혼자가 아니라 다른 분들과 더 높은 질의 글을 쓰겠다. 책을 쓰자는 제안은 아직 없었지만 제안이 오면 하고 싶다. 그리고 없어진 데이터를 빨리 복구하고 싶다. 기자는 저널리즘 관점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다. 기자는 사치스러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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