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저점은 근접, 본격회복 멀어"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도병욱 기자 2009.04.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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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부진·고용 악화, 증시 상승으로 소비는 자극"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전망을 수정하며 긴 침체 가능성과 저점에 대한 조심스러운 확인이라는 두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한은은 국내 경제가 앞으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본격적인 회복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국내적으로도 수출 부진, 고용 악화 등의 악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체감하기에는 어렵지만 2 ~ 3분기에 서서히 저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경기에 선행하는 증시 상승이 소비 회복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 침체 대비해야..본격 회복은 내년 이후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을 상반기 -4.2%, 하반기 -0.6%로 예상했다. 전기와 비교할 때는 0.4%, 0.9% 상승이다. 수치상으로는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상 최악의 경제 침체 상황이 이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성장의 발판이 되는 설비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상반기에는 -22.7%, 하반기에는 -13%에 머물 전망이다. 내년에 13%의 회복이 예상되지만 올해 -18%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해보다도 못 한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년 성장률이 3.5%에 이르는 것도 기저효과(올 성장률 -2.4%)에 따른 영향이 크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에 성장률이 3.5%에 이르러도 올해의 -2.4%에서 올라가는 것인 만큼 잠재성장률 수준에는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시스템 복구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단기간에 성장 모멘텀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상품수출 성장률이 -14.9%(연간 -9.9%)에 이르는 것은 경제의 깊은 그늘을 반영한다. 민간소비도 상반기 -4.1%, 연간으로 -2.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지표는 건설투자 증가율(올해 1.8%)로 SOC 투자 확대에 따른 것이다.

특히 체감 경기와 직결되는 고용은 기업의 고용여력 약화로 취업자수가 13만명 감소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는 17만명의 취업자가 줄었다 추경 예산 집행 등으로 하반기에 사정이 다소 나아지겠지만 감소폭(9만명 감소)이 줄어드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저점은 가까워져..2~3분기가 바닥
한은은 실질적인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붙이면서도 2~3분기가 경기 저점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재천 조사국장은 “완만한 회복이지만 2~3분기가 경기 저점일 수 있을 것”이라며 “추경효과는 대체로 1% 정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고 통화정책 효과도 시차가 있지만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증시 상승 등이 민간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견해도 덧붙여졌다. 경기에 선행하는 주가지수의 상승으로 자산시장(증시, 펀드 등)이 개선되면 소비 회복에 나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또 민간소비 성장률이 전기비로 상반기 0.4%, 하반기 0.5%로 나아질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망의 반영이다.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전년비로 상반기 0.4%, 하반기 3.1%에 이른다.

원자재가격, 임금 하락 등의 부정적 영향이 큰 탓이지만 물가 수준이 2%대에 머물면서 한은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도 상대적으로 긍정적 요인이다. 경상수지는 연간으로 180억 달러 흑자로 예상돼 외환 시장 개선에 일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은은 다소 성급한 경기 바닥론에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전날 이성태 한은 총재가 “국내경제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과 이날 회복이 되더라도 매우 느린 수준이 될 것이라는 진단은 같은 맥락이다. 단기간내에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 주체들의 체감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은 한은이 이례적인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정도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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