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내분 겪느니 차라리 대립?"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지민 기자, 조철희 기자 2009.04.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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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민주당 떼 쓰면 표결처리"

-민주당, 상임위 일정 전면 중단
-여야, 박연차 리스트 파장, 4·29 재보선으로 내부 갈등
-강경모드로 내부 분쟁에서 시간벌기?

내부 분쟁이 났을 때 적이 쳐들어오면 오히려 반갑다. 특히 카리스마가 약하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도자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적진 돌격을 선택하고픈 유혹을 느낀다. 소모적인 내부 분쟁에 빠지느니, 차라리 적과 교전을 벌여 시간을 버는 게 낫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이 '날치기 결사반대'를 선언한데 이어 한나라당이 '표결로 돌파'라는 강경입장을 굳혔다.

박연차 리스트 파장, 4·29 재보선 등으로 두 당이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양쪽 모두 '교전을 통한 시간벌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결국 4월 임시국회는 또다시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경제개혁 입법 중에서 아직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원내대표끼리 합의한 사항들을 지키지 않고, 생떼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1월 폭력국회 때문에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이번에는 반드시 표결처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을 통과시킨 데 반발해 전체 상임위 일정협의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3일 "야당을 무시하고 날치기하는 작태가 근절되지 않는 한 법안 심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한 정상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홍 원내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원내대표 임기가 끝난다.



여야는 4·29 재보선을 앞두고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경주 재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박 성향의 정수성씨 사퇴종용 건에 휘말린 상태. 박근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발언하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강력한 '배수진'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개혁공천'을 이유로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를 원천봉쇄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정 전 장관은 재기를 위해 '작지만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또 당내에서 '반 정세균 정서'가 확산되며 의원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연말 여야는 회기 내내 정쟁을 벌인 끝에 마지막 본회의날에 무려 100여개 법안을 벼락치듯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쟁점 법안들을 계속 다음 국회로 미뤄왔고, 이번 국회에서 여야가 다시 전투모드에 돌입함에 따라 재차 파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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