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또 깨졌는데, '매도'는 못내겠고…"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09.04.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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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엔씨·서울반도체 등 한달에 두번 목표가 올려

"기관 눈치를 안볼 수 있나요. 기관이 매수하는데 목표가에 도달했다고 해서 '보유(Hold)'나 '매도(Sell)' 의견을 낼 수는 없지요. 매수 의견을 유지하려니 목표가를 올릴 수밖에요. 다만 목표가를 올리더라도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괜찮은데 근거를 찾기 어려울 때 난감해지는 거죠."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고백이다.

최근 게임, 반도체, 기술혁신기업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대략 난감'해졌다. 목표가를 내놓기 무섭게 돌파버리는 종목이 속출해 실적추정에 큰 변화가 없어도 대세에 묻어 어쩔 수 없이(?) 따라 올라가고 있다. 오히려 기관이 사는 분위기에 맞춰 종목을 사야할 논리를 사후에 주는 모양새다.



특히 급등세가 가파른 종목은 같은 달 목표주가를 두 번 올리거나 매월 목표주가를 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5개월간 4배로 폭등한 엔씨소프트 (182,900원 ▲3,700 +2.06%)가 대표적이다.

P증권은 2월3일 엔씨소프트의 목표가를 기존 5만5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주가는 열흘도 안돼 7만원을 넘어버렸다. 주가와 목표가의 격차가 10%이내로 좁혀지자 결국 애널리스트는 16일 목표주가를 9만7000원으로 24% 올렸다. '매수'의견을 유지하려면 10~30%의 초과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증권사 내부 방침 때문이었다. 다행히(?) 13일 4분기 호실적 발표가 있어 목표가 올리는데 부담은 덜었다.



M증권은 1월5일 6만원에서 6만7000원으로 올렸다. 이어 2월2일 8만6000원으로 올린 후 10일만에 다시 11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그리고 3월30일에는 다시 업계 최고치인 13만5000원으로 올려놨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70% 오르는 동안 목표주가는 125% 껑충 뛴 셈이다.

너무 급등한 탓에 소신 있게 '보유'의견을 내놓은 애널리스트도 목표가 올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오히려 급등주의 주가는 애널리스트가 상향조정한 목표주가를 당일 훌쩍 넘어버리는 일도 적지 않다.

D증권은 2월16일 실적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올리면서도 "단기 적정주가에 도달했다"면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며 투자의견을 보유로 하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가는 올라 3월20일 8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목표가와 주가의 차이가 11%이상 벌어졌다. 목표주가를 올리지 않으면 '매도(Sell)'의견을 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3월23일 보유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날 종가는 9만200원을 기록, 목표가를 넘었다.


올해 들어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매수세로 4개월동안 260% 급등한 서울반도체 (8,490원 ▲10 +0.12%) 역시 목표가가 주가에 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목표가 산정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서울반도체는 1월 1만원대에서 2월 2만원대, 3월 3만원대로 높아진 후 3월31일 5만원까지 나왔다. 최고치인 5만원을 제시한 I 증권사는 지난해 12월 최저치인 1만원을 제시했던 곳으로 불과 4개월만에 5배로 높아진 셈이다.



한편 지난해 5월 중순 삼성전자가 76만4000원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도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매수'의견을 유지하며 최고 98만원까지 목표가를 상향조정한 바 있다. 당시를 상기하면 애널리스트들도 아찔하다는 입장이다. 매수 의견을 위해 목표주가는 높였는데 이후 주가는 계속 하락해 애널리스트로서의 자질과 신뢰성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N증권 센터장은 "애널리스트들은 항상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모멘텀과 위험을 같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화에 따라 목표가를 조정할 수는 있지만 논리적인 근거 없이 단순히 주가 따라가기 식으로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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