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GM·크라이슬러, 회생 혹은 파산?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9.03.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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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최악경우 굿-배드 카 분리해 구조조정 가능성"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후 통첩으로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오바마 행정부는 추가 지원 대신 시한부 운영자금 공급을 결정했다. 이들은 이 기간 중 정부의 기준에 합당한 구조조정 계획을 만들어내야 한다.

◇ 정부 "파산 불사"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에게 준 마지막 시간은 각각 60일, 30일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 기간 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회생 가능성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립'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동차 구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GM과 크라이슬러가 "정부 지원 없이도(wards of the state) 살아남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악의 경우, '구조화된 파산'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끝내 신뢰할 만한 수준의 회생안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할 경우, 끊임없이 세금을 투입, 목숨을 연장해나가기보다 차라리 파산 후 부채를 청산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여전히 오바마 행정부는 회생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파산은 최악의 경우에 한한 결정이다.

◇ GM 채권단 지지-크라이슬러는 피아트 제휴 합의


오바마 행정부의 최후 통첩은 일단 성공적이다. GM 채권단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보다 공격적인 회생 방안이 GM 주가와 신규 채권 발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GM의 추가 비용 절감 노력을 촉구했다.

채권단이 정부 결정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정부 요구 사항인 채권의 주식 전환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1차 자금 지원 당시 275억달러 무담보 채권의 3분의2 가량을 회사 주식으로 맞교환하는 출자 전환을 추가 지원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크라이슬러는 정부의 요구대로 피아트와의 제휴에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피아트와의 합의에 성공할 경우에만 크라이슬러가 요구한 추가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 직후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 피아트,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와 글로벌 제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이사진도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GM-노조', '크라이슬러-채권' 문제 풀어야

일단 큰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양사 모두 갈 길이 멀다.

우선 GM은 노조의 희생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전미 자동차노조(UAW)가 최근 7500명 조건부해고에 합의했지만 정부는 이보다 높은 수준의 구조 조정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퇴직자 의료복지 지원 부담도 덜어야 한다. 노조와의 협의끝에 시간 당 임금도 낮췄지만 외국업체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정부는 퇴직자 의료복지 지원의 절반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보다 확실한 출자 전환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크라이슬러는 채무에 발목이 잡혀 있다. 상대적으로 크라이슬러는 담보 채권 비중이 높다. 이에 크라이슬러 채권단은 회생보다 파산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 입장에선 길고 지루한 협상을 지켜보느니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공장, 기계 등 담보물로 돈을 돌려받는 것이 속 편하다. 피아트와의 제휴 이후 양사간 이질적인 임금과 연금 제도에 대한 UAW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 굿-배드 카 나눈다

WSJ는 최악의 경우, 오바마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를 우량-비우량 부문으로 분리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SJ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오바마 정부가 부채, 퇴직금 및 보건의료 비용 등 GM과 크라이슬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계획은 궁극적으로 두 회사를 '우량(good)'과 '부실(bad)'부분으로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GM의 우량부문은 독립 기업으로 존속시키고 크라이슬러의 우량 부문은 이탈리아의 피아트에 매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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