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말에도 문여는 은행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4.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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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말에도 문여는 은행


"솔직히 직장인들은 주중엔 은행 갈 시간이 없어요. 토요일에도 문 여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C기업 김 모 대리)

"영업시간 앞당겨도 은행원들 퇴근시간은 그대로일 겁니다. 오히려 직원들만 힘들어질 거예요."(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

1일부터 은행 영업시간이 30분 앞당겨졌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일부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앞으로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 영업한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네티즌들은 이번 영업시간 변경으로 은행들만 편해질 것이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직장인들도 은행만 좋아질 뿐 고객들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반응이다. 주말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의 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복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문 닫는 시간을 앞당겼다는 것. 오후 4시30분에 은행 문 닫아도 대다수 행원들의 퇴근시간은 밤 10시를 훨씬 넘기고 있어 직원들의 건강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사와 경쟁을 벌이는 입장에서 증권사와 영업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9시 오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은행원들은 이번 영업시간 변경을 반기지 않고 있다. 30분 앞당겨도 업무 강도와 퇴근시간은 그대로일 것이란 회의적인 분위기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여직원의 경우 육아문제와 겹쳐 불만이 쏟아진다.

문제는 이번 영업시간 단축이 고객들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하느냐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30분 일찍 문을 열고 닫는 것은 고객에게 별다른 혜택이 없다. 직장인들 같은 경우엔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영업시작보다 더 빠르거나 영업마감보다 더 늦다. 토요일에 일부 지점을 운영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은 힘든 시절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겨냈다. 말로만 국민들을 위해 노력한다고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일부 선진국 은행들이 늦게까지 영업하거나 주말에도 문을 열고 있는 점은 국내 은행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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