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 민주당, '내우'가 더 걱정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9.03.30 12:02
글자크기

야당탄압 대책마련 의총서 정동영 공천 논란 공개발언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소속 의원들이 줄소환되고 구속에까지 이르는 등 외환(外患)의 위기에 처한 민주당이 당 내부의 분란 때문에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을 위한 표적수사·편파수사로 규정하고 긴급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30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민주주의수호 및 공안탄압저지대책위 위원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차례로 발언대에 올라 정부와 검찰을 비판하며 특검과 국정조사 전환을 촉구했다.



다음 순서는 의원들의 자유토론. 통상 중요 사안에 대한 토론은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되기 마련이었지만 이날에는 발언신청을 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개를 요구해 즉석에서 공개 진행키로 결정됐다.

정권에 대한 의원들이 비판이 쏟아질 것을 예상한 사회자나 지도부 의원들은 공개 진행을 수긍했지만 전혀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정권 규탄보다 오히려 당내 갈등에 대한 발언들이 더 크게 들렸다.



첫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이석현 의원은 우선 "정권이 공안정국을 조성해 야당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있다"며 "우리 당이 중심이 돼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와 연대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당내 문제도 조속히 단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4·29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 출마를 고수하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직접 거론,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이 긴밀히 협의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 당에는 주류나 비주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당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일하면 왜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냐"며 정 대표와 정 전 장관 양측을 질타했다.


결연한 표정으로 다음 차례에 나선 박지원 의원도 발언 모두에서부터 "특정인의 명분을 위해 우리 당이 간다면 4월 재보선에서, 10월 재보선에서,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패배한다"며 "국민의 명분을 위해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오직 전주 선거로 당이 모두 뛰어가서는 안된다"며 "특정인의 명분에 앞서지 말고 국민의 명분에 앞서는 의원이 되자"고 재차 강조했다.



언론 공개를 감안할 때 의총에서 당내 갈등이 직접 언급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 다만 갈등을 수습해 외부에서 불어닥친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중진급 의원들의 충정 어린 발언들이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측 핵심인사인 최규식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부터는 오히려 갈등이 전면적으로 노출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최 의원은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당이 힘을 모으고 결집해야 한다. 덧셈 정치를 해야지 뺄셈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덧셈 정치'는 정 전 장관이 당내에서 재보선 출마 명분으로 내세우는 수사이기도 하다.



최 의원은 이어 "국민들 눈에 당 지도부가 'MB정권'과 맞써 싸우는 것보다 특정인과 싸우는 것 같은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며 정 전 장관 출마와 관련해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온 여론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심과 당원의 뜻을 따르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심한 듯한 최 의원의 발언이 계속되자 사회를 맡은 신학용 의원은 "비공개 때 하는 것이 좋겠다"며 최 의원의 발언을 제지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공개적인 회의에서까지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를 놓고 갈등 상황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당 안팎에서는 내분 격화의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외부적 상황까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4월 국회에서의 쟁점법안 처리나 재보선에 임하는 당의 동력을 급격히 상실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