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안식년제로 해결하자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9.03.26 11:48
글자크기

[CEO에세이]창조적인 '노사민정' 대타협 긴요

일자리 창출, 안식년제로 해결하자


어딘가 미덥지가 못하다. 프로답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른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도 실망수준이다. 모두가 고통을 나누자는 '노사민정 대타협'이 뉴스에 어른거렸다. 그런 후 신입사원의 임금삭감을 통해 인턴사원을 대폭 고용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대졸초임삭감을 통한 잡셰어링'이다. 정부 제의로 시작돼 공기업 금융기관에 이어 30대 그룹들도 동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를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처럼 시대정신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시대정신으로 승화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아직 입사도 하지 않은 (힘없는)신입사원들의 임금만 깎는 것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너무 비겁하다. 왜 신입사원만 대상이 돼야 하는가. 경제단체들은 대졸 초임이 너무 많이 올라 기업경쟁력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임금도 당연히 깎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려웠을 것이다. 총파업 등 노조의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쇠고기 파동 때 만난 촛불의 유령이 다시 눈앞에 어른거렸을 수도! 있다." 한 언론인의 정부 정책 비판 칼럼 내용이다.



◇기득권 노조의 반발이 무서워 신입사원 임금만 깎아

'금모으기 운동'은 사실 외환위기라는 국난을 맞아 국민을 하나로 이끈 리더십의 성과다. 그것은 소위 '잃어버린 10년'에 소속된 성공미담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정부의 경제 수장 정도는 최소한 금모으기 운동과 잃어버린 10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딱히 어느 편을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겠는가. 철학이 부재하니 일관성이 없고 일관성이 어긋나니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 공공기관에는 아예 정규직 채용이 자취를 감춰버린 실정이 됐다. 몇몇 공기업과 대기업이 '소읽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임직원 연봉을 깎아 봤자 버스는 떠난 후 일이다.


국민의 마음은 자꾸 돌아서고 있다. "최소한 유럽에서 잡셰어링 이라면 기존 취업자의 노동시간을 줄여서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기본방향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유한 킴벌리는 당시 문국현 사장의 주도로 4조2교대를 통해 비약적으로 회사발전을 이뤘다. 4조2교대제의 취지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에게 휴식과 교육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줌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윈윈(win-win)의 결과를 도모한 것이었다. 즉 핵심은 첫째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일자리 양보'이며 둘째 회사의 전폭적인 비용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급휴가였기 때문이다.

'일자리 양보', '일자리 내주기'라면 과감한 안식년제 도입만한 것이 없다. 6년 근무 후에는 1년씩 쉬는 것이다. 그것도 유급으로. 1년에 5개월씩 또 6년에 1년씩 안식년을 누리는 교수들만 고된 인생이 아니다.

◇"일곱째 해에는 그 땅이 쉬어 안식하게 할지니"

구약 창세기 2장 내용이다.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느니라." 레위기 25장 4절 내용이다. "일곱째 해에는 그 땅이 쉬어 안식하게 할지니" 하나님 형상에 따라 흙으로 빚어졌다는 사람이 아닌가. 그래서 일요일이 있고 7년째에는 안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재원이다. 유한킴벌리처럼 회사 내에서 기업과 구성원이 분담해야 한다.

선박용 전선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강소기업 극동전선의 최병철 회장과 안식년제에 대해 깊이 논의하고 있다. 극동전선은 한국제조기업의 건실한 표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매출원가 대비 인건비율은 9~10% 내외다. 안식년에 종업원의 7분의 1이 쉬므로 인건비 부담은 매출원가 대비 1.4% 정도다. 이 정도면 종업원과 기업이 반반씩 능히 감당할 수 있다.

정말 진정성을 갖고 노사가 무릎을 맞댄다면 성공할 수 있다. 매년! 7분의 1씩 '반드시' 나가고 들어오는 형국이다. 과거 안식년제가 실효를 보지 못한 것은 되돌아 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문형구 교수의 우려도 씻을 수 있다.

한국 전체 근로자로를 약 1700만 명으로 보면 7분의 1은 243만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정책의 실효를 반만 치더라도 1년에 121만 개 일자리가 가능하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참에 직종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극심한 임금 격차에 대한 문제도 함께 논의했으면 싶다. 정부는 정책의 물꼬를 트는데 노력하고 정부의 재원은 사회안전망에 집중시킬 수 있다.

실직자의 천국 덴마크처럼 4년간 실직 전 임금 90%는 못 줄망정 반씩만이라도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제 정말 창조적인 한국식 '노사민정'의 대타협이 긴요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