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톡옵션 포기 잇따르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권화순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3.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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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 전격 반납에 눈치보기

신한금융지주가 임원들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전량을 반납키로 결정하자 다른 은행들도 스톡옵션 부여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일요일 밤 '스톡옵션 취소'=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전날 오후 8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지난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여받은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전량을 자진 반납키로 결정했다.



앞서 신한지주는 라응찬 회장에게 3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을 비롯, 신상훈 사장 3만1500주, 이백순 신한은행장 2만8000주 등 107명의 경영진과 임원들에게 61만여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최근 경기불황을 타개하고 사회적 책임과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의 시각은 곱지 않다. 은행권이 경제위기로 은행 직원들의 임금을 2년째 동결하고 신입 직원 초임을 20%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부 고위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겠다는 당초 계획 자체가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반납 결정이 금융감독 당국이 경영진의 과도한 스톡옵션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직후 나온 것이어서 다른 은행의 행보가 주목된다.

◇다른 은행 어떻게=신한지주의 결정에 이미 '인센티브' 부여계획이 있는 다른 은행들도 비상이 걸렸다.

외환은행 (0원 %)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부행장, 상무, 본부장 등 14명에게 앞으로 3년간 49만주를 주기로 했다. KB금융 (82,500원 ▲700 +0.86%)지주도 오는 27일 주총에서 장기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경영진 등에 성과연동주식을 총 25만주 한도로 부여할 예정이다. 대구은행 (0원 %)은 새 은행장에게 총 13만주를 부여하는 의안을 오는 25일 주총 의안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이들 은행들은 이미 주총 의안 공고를 한 때문에 주총 전 이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총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겨두고 있다.

매년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 왔던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임직원 스톡옵션은 부여하지 않기로 하고, 오는 27일 주총에서도 관련 안건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스톡옵션이 단기위주 평가체제라는 점을 감안해 장기성과연동제를 도입했다"며 "앞으로 3년간 임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해주는 보상체제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엇갈린 시각'='스톡옵션'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금융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부여분의 10%는 이미 반납한 상황이고, 각종 경영성과 지표를 달성해야 하는 임원들에게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스톡옵션의 기능은 긍정적"이라며 "무조건 반납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경영진도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은행 규정 상 강제로 스톡옵션을 반납하게 할 수 없어 자진해서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 "은행 자율적 결정"= 감독당국은 은행권의 스톡옵션 반납에 대해 '자율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당국의 압력으로 은행들이 이를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현재 경제 분위기가 좋지 않아 은행들이 (스톡옵션 반납을)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자본확충펀드, 구조조정기금 등의 투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앞서 개선한 스톡옵션 개선안에 따라 부여 기준이 적합한지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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