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내성' 키워라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9.03.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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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금융강국 KOREA]<1부>글로벌 금융 대격변기①

예고된 부실… 추가 자본확충 급선무

한국은 11년 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시스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출발한 유례없는 금융위기로 또한차례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금융회사들은 보다 강화된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한편 웬만한 위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내성을 키우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에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과 지주사를 통한 증자에 주력했다. 덕분에 대부분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2%, 기본자기자본(Tier1) 비율 9%를 넘겼다. 은행들은 추가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BIS비율이 8%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국내 은행 '내성' 키워라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대출(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11%로 3개월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외환위기 당시 3.65%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지만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실률을 감안하면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은 앞으로 부실이 빠르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추가 자본확충에 힘쓰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자본확충펀드의 활용과 추가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한국금융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시장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항변도 있지만 해외 신용평가사나 금융기관의 인식을 바꿔놓는 노력이 시급하다.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초 460bp에 육박했다가 370bp 선으로 내려왔지만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확충 외에도 금융외교 등을 통해 제2, 3의 안전망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회사 체질도 점검대상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선임연구원은 은행의 대출증가율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5배 이상 넘는 '과잉대출'이 장기간 지속되면 예외없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1987년 S&L사태, 1996 LTCM 파산, 2001년 엔론사태 등이 실례다.

국내 기업대출은 2006년 3분기 이후 과잉대출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회사채시장은 취약하다. 위기시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채시장은 은행 대출의 30%에 그친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들의 부실여신이 건설 및 부동산에 집중된 데다 금융당국이 관련 기업들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부실여신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기마다 금융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등장하는 구조조정도 현재 은행들이 피해갈 수 없는 화두다. 현재의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때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당시에는 부실기업이 체로 거른 듯 분명했지만 이번엔 '징후'만으로 부실기업을 가려내야 한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갈팡질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조조정하는 기업은 없다"며 "최소한의 경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구조조정은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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