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자들의 머니게임 5

배현정 기자 2009.03.19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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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우량주 투자>수익형 부동산>변액보험>회사채>달러

지금 부자들의 머니게임 5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터. 이럴 때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고 땅에 납작 엎드리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만일 이때 적이 당신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쟁터에서 적에게 조금 노출된 병사보다도 어쩌면 더 위험한 병사는 주변의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병사다.



재테크도 마찬가지. 시장이 좋지 않다고 혹은 손실을 봤다고 해서 모든 투자에 눈을 감는 것은 자칫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두려워도 고개를 들어 상황을 주시하라." 재테크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극도로 위축된 경제 상황에서도 자산가들은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한다.



도처에 지뢰밭(악재)이 도사리고 있는 이때 과연 자산가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1000선 붕괴 위협? "눈 꿈쩍 안 해요"

"이미 뺄 사람은 다 뺐죠."


"북한 미사일이라도 떨어져 폭락한다면 모를까."

지난 3월3일, 심리적 저항선이던 코스피지수 1000선이 허망하게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은 폭등하며 1600원을 위협했다. 시장은 또 다시 술렁였다.



하지만 자산가들의 동요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김인응 우리은행 재테크 팀장은 "코스피지수가 1200이 넘었을 때 빠져나올 사람은 대부분 자금을 다 뺐다"며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인 1000선이 확실하게 깨지지 않는 이상 큰 자금의 흐름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팀장은 "자산가들은 큰 충격보다 점진적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충격이라는 것도 악화되는 한 과정이 아닌가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아직 낙관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지금이 저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에도 선뜻 펀드나 ELS 투자 등에 나서는 자산가들은 많지 않다.



이채규 현대증권 부띠크모나코지점장은 "상당수 자산가들이 펀드에 물린 경험 때문에 펀드 투자를 꺼려한다"면서 "펀드 투자보다는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직접 주식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그래도 맏을 건 부동산" 수익형 문의 늘어

'깡통펀드'에서 비롯된 금융상품에 대한 불신으로 일부 거액 자산가들은 부동산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사업을 하는 자산가 A씨는 자기자본 20억원을 투자하고, 대출 6억~7억원과 임대 보증금 3억~4억원 등을 합해 구입할 수 있는 30억원대의 상가를 물색하고 있다.

김치홍 신한은행 잠실PB센터 PB팀장은 "요즘 경기가 나빠 일부 상가 수익은 은행 정기예금 수준보다도 떨어지는 곳이 많음에도 A씨처럼 상가나 빌딩 등의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고객들이 꽤 많다"며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없어질까봐 두려운 마음에 건물이 남는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수 팀장은 "앞으로 정부가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인플레 헤지를 위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부동산이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김치홍 팀장은 "수익형 부동산과 달리 주거용 부동산인 아파트 등은 실수요자 위주로만 일부 거래될 뿐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만한 투기 자본은 따라붙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도 관심에 비해 실제 거래는 많지 않다. 시장에 아주 좋은 부동산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고, 수요자와 판매자의 눈높이가 달라 거래 성사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종합과세 피해 '보험'으로 대피



최근 재테크의 화두는 언제라도 동원 가능한 '실탄(현금)'의 확보. 그러나 펀드 환매 등으로 확보한 현금을 초단기금융상품인 MMF와 예금 등으로 묶어두자니 뜻밖의 암초가 기다린다. 바로 자산가들을 위협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다.

김치홍 팀장은 "과거 부자들이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 되는 국내 주식형펀드 등에 대거 투자할 때는 세금 걱정을 덜 수 있었지만, 요즘은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MMF나 정기예금 등에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는 세테크 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60대 초반의 사업가 B씨는 최근 50억원을 변액보험에 넣어뒀다. 일단 채권형으로 안전하게 운용되는 상품을 선택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형 등으로 갈아탄다는 전략이다.



김인응 팀장은 "변액보험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쉽고 10년 이상이 되면 원금이 보장되는 등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초저금리 시대와도 연관된다. 보험이 상대적으로 금리 면에서도 매력이 높은 것. 보험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등에 비해 금리가 천천히 내려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연금보험 공시이율은 연 5%안팎. 확정금리 상품의 경우 연 5.3%도 있다. 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세금 혜택까지 고려해 연 6~7%대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김치홍 팀장은 "투자성격이 강한 젊은층은 변액보험을, 50~60대 자산가들은 더욱 안정적인 연금 보험을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서서히 위험 자산으로 머니게임

국채 → 은행채 →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서서히 리스크를 높여가는 자산가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김창수 팀장은 "예전에 채권 투자하면 국공채만 고집하던 자산가들도 최근에는 신용등급은 낮아도 수익이 높은 상품을 찾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인 신용 스프레드가 과거 1~2%포인트에서 최근 4~5%포인트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채권 투자는 점점 인기가 식어가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투자 대기에 지친 일부 공격적인 자산가들은 보다 위험한 머니 게임에 뛰어들기도 한다.



60대의 고액 자산가 C씨는 최근 달러에 무려 2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그는 "자산의 분산 차원에서 달러를 구입하게 됐다"고 했다. 그 외에도 50만달러를 구입한 D씨. 30억원을 투자한 E씨 등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김인응 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환투자에 나서는 일부 자산가들도 있다"며 "이를테면 1300원대에 샀다가 1500원대에 파는 머니 게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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