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침체라는데 한국 수출은 왜?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3.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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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는 심각하다는데 한국 수출은 오히려 호전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수출은 감소율이 줄어드는 등 예상 외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수출은 75억3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감소하는데 그쳤다. 수출 감소율은 지난 1월 33.8%에 달했지만 2월에 17.1%로 축소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줄고 있다.



한국의 수출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경쟁국과 비교해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재까지 발표된 각국 통계에 따르면 2월에 중국 수출은 25.7%, 대만 수출은 28.6% 감소했다. 일본은 1월 수출이 46.3% 급감,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정부는 한국이 수출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이유를 △원/달러 환율 상승 △수출 품목 다양화 △수출 시장 다변화 등에서 찾고 있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10월에 1300원대로 올라섰고 지난달에는 1400원대로, 이달 들어서는 1500원대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는 절상됐으며 대만 통화 가치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정부는 환율 상승이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수출을 늘리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1300원대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수출 증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 1월 휴대폰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1.6% 감소했지만 2월에는 2.4% 증가했다"며 "이는 환율 효과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휴대폰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환율 효과가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호 장관도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초 대비 65% 상승해 수출기업에는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선박류 비중이 15.2%에 달한 것을 제외하고는 10%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출 품목이 다양화된 점도 수출에 긍정적이다.



반면 대만은 전자제품의 수출 비중이 25%에 달하고 일본은 기계류 비중이 20%, 자동차 비중이 15%에 육박하는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수출 품목이 다양한 만큼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시장 다변화도 한국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국은 수출 상대국 17개국을 모두 합해야 수출 비중이 70%가 된다. 반면 대만은 70%를 구성하는 국가가 10개국, 일본은 11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편중이 심해 특정 국가의 수요 감소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은 또 선진국 수출 비중이 31.1%로 중국(45.6%), 대만(38.6%), 일본(35.4%) 등 경쟁국보다 낮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다.



한편, 이윤호 장관은 올 하반기 들어 주력 상품 수출이 회복되고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수출이 증가세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환율 효과가 당분간은 이어지겠지만 수출의 증가세 반전은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이라며 "지난해 상반기는 세계 경제 버블이 최고점이었고 올해 상반기는 경기가 최저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도 "오는 1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다음달 2일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될 예정인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현실화되면 하반기 들어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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