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두달새 살아났다?...얼마나 좋아졌기에

뉴욕=김준형 특파원·김경환 기자 2009.03.11 04:39
글자크기

'팬디트 메모' 뜯어보니...'실적 개선' 아직은 먼 길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꼽혀온 씨티그룹이 모처럼 월가에 희소식을 전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사내 메모를 통해 올해 1-2월 수익을 올렸고, 1년만에 가장 좋은 분기실적을 올렸다고 밝히면서 대형은행 실적 악화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하지만 팬디트의 메모는 주가급락을 진정시키고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장밋빛 수치'일뿐 지나친 낙관론은 성급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두달간 세전 영업익 83억달러..매출, 1년래 최고

팬디트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1년만에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1~2월 수익을 올렸고, 상각 이전 19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분기 평균 매출이 210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개월간 190억달러의 매출은 2007년 3분기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두달간 세전 영업이익은 83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부실상각 등 1회성 항목을 제외한 수치이다.

팬디트는 그러나 지난해말 현재 증권 및 금융관련 위험자산이 1120억달러로 2007년말의 2260억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추가 부실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아울러 부실상각 충당금으로 전체 여신의 4.3%에 달하는 300억달러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재무건전성, 대형은행중 최고"

팬디트 CEO는 메모에서 정부 보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함에 따라 씨티의 재무건전성이 유형자기자본(TCE) 비율 기준으로도 대형은행중 가장 우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기 보유한 씨티그룹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게 되면 지분율은 36%로 최대 주주가 된다.

정부지분 전환 이전에도 지난해말 현재 자기자본비율(Tier 1)이 11.8%에 달했지만 지분전환 이후 TCE가 81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전체 자산 대비 TCE 비율이 3% 이상이면 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정부지분 투입 이전 씨티의 TCE비율은 2%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주 전환이후 TCE비율이 어느정도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적시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440억달러로 평가되는 이연법인세 자산(Deffered Tax Asset:손실로 인해 경감될 법인세 부담액. 미래에 회계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자산에 포함시킬수 없다)효과를 제외하면 씨티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팬디트는 그러나 "씨티는 이연법인세 자산을 실현시킬 만큼 충분한 수익을 낼수 있다"고 강조했다.

◇ '부실상각' 이전 수치, 겨우 두달 수치...휘트니 "강하지 않다"



아직 1분기가 끝나려면 한달이 남아 있다. 팬디트 CEO 역시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수치는 변할수 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팬디트 CEO가 밝힌 수익은 부실상각 등 1회성 항목을 제외한 수치이다. 팬디트는 부실상각 등 1회성 비용이 어느정도 수익을 갉아먹을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금융애널리스트로 유명한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 메리디스 휘트니 역시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휘트니는 이날 오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씨티의 실적은 상각이전의 수치이고, 여전히 장부내 장부외 부실을 감안하면 씨티의 재무건전성이 '강력하다(strong)'고 볼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실업률이 8.1%로 치솟는 등 경기침체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만큼 부실자산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 주가 35% 폭등...증시 전체에 햇살



팬디트는 "나 역시 씨티그룹의 현재 주가와 회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 금융상 포지션 등에 대해 실망했다"며 자신도 새삼 씨티의 탄탄함을 재발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가가 씨티그룹의 재무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때 시가총액으로 1위 은행이었던 씨티그룹의 주가는 지난주 장중 사상처음으로 1달러 미만으로 추락하는 등 수모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날 팬디트 메모가 공개된 이후 씨티 주가는 전날에 비해 38% 폭등한 1달러 45센트에 마감했다.



씨티그룹의 실적 개선 소식은 여타 금융주에도 후광을 미치고 있다.

CNBC의 간판 프로그램 '매드 머니'의 앵커 짐 크래머는 "씨티가 저정도면 모간스탠리나 J.P모간, 골드만삭스라고 좋아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심리가 금융주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 증시는 3대 주요지수가 모두 5% 이상 폭등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