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커피믹스,초코파이'로 움직인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03.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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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간식 나눠먹으며 업체와 근로자간 친밀감 쌓아

북한이 지난 9일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통하는 육로를 막았다가 10일 다시 이 조치를 철회하는 등 정치·군사적 외풍에 개성공단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가는 와중에도 정작 개성공단 내부의 분위기는 주변의 걱정보다 평온하다는 게 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입주기업들은 "다 잘될 것"이라며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런 믿음의 바탕에는 그동안 북측 근로자들과 쌓은 우정이 자리잡고 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북측 근로자들은 한지붕 아래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자 친구같은 사이"라며 "친밀감을 높이면 이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생산성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각 기업의 인력과 북측 근로자들이 수년째 함께 일하며 문화적 이질감을 털어내고 꽤 친밀해졌다고 전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간식의 힘이 컸다. 2005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업체 A사는 조업 초기 근로자 간식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커피믹스를 제공했다. 다음날 아침 남측 직원들은 북측 근로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부분 눈이 충혈된 채 피곤한 모습으로 출근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커피를 처음 마셔본 근로자들이 커피 속 카페인 성분때문에 잠을 설친 것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랬던 근로자들이 이제는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모닝커피를 찾는다"며 "그만큼 서로에게 문화적으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커피믹스뿐 아니라 남쪽에서 실어온 '초코파이' '밤빵' 등은 1인당 하루 지급량이 1개냐 2개냐를 두고 실랑이를 벌일 정도로 북측 근로자들에게 인기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나눠 먹다보니 남·북 인력들은 대화도 스스럼없이 나눈다. 이런 분위기는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지난해 12월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입주기업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외부상황이 최근처럼 불확실하면 북측 근로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남북 당국이 철저히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개성공단 활성화에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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