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김 추기경 투병일기..네티즌도 '훌쩍'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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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김 추기경 투병일기..네티즌도 '훌쩍'


"고통이 너무 많으셔서 이제는 가시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막상 가셨다 하니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추모게시판에 김 추기경의 최근 투병생활을 담은 글이 올라와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 글은 서울대교구 성소국장인 고찬근 신부가 투병중인 김수환 추기경을 지난해 1월부터 수시로 병문안하면서 있었던 일과 느낌을 일기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고 신부는 2008년 1월11일부터 추기경 선종 이틀 후인 2009년 2월18일까지 쓴 18개의 글을 지난 22일 추모게시판에 올렸다.



고 신부는 글을 올린 계기에 대해 "추기경님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통해 보여준 고매한 인격을 전하고 싶다"며 "그를 사랑으로 열심히 간병하신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신부는 지난해 1월20일에 쓴 글에서 "추기경님은 많은 사람이 당신 때문에 고생하고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다"며 "추기경님에게 몸이 아픈 것은 할 수 없지만 마음까지 아프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기경님은 우리를 위해 훌륭하게 사셨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그런 관심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씀드렸다"며 "이에 추기경님은 고개를 저으시며 '아니야, 겉보기에만 그랬어. 많이 부족 했어'라고 말하셨는데 우리 추기경님은 겸손하고도 정말 멋진 성인이다"고 덧붙였다.

고 신부는 또 지난해 9월11일 글에선 "입원이 오래가고 있는데 퇴원하지 못하실 거라는 말도 있다"며 "추기경님이 산책하시던 혜화동 주교관 마당을 내다보고 혜화동 신학교의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 소풍을 끝내셨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이밖에 고 신부는 지난 18일 기록한 글에 "추기경님이 돌아가시자마자 각막적출 수술이 진행됐는데 추기경의 각막이 연세에 비해 깨끗하다고 들었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사셔서 그런지 추기경님 눈은 작지만 항상 반짝거리셨다"고 적었다.


이어 "오랜 시간 병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힘들다고 늘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베푸실 것이 있으셔서 좋으셨을 것"이라며 "날씨는 춥지만 추기경님을 애도하는 조문 행렬 속에 우리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적을 맛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김 추기경의 인간적인 모습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추기경님과 함께 한 투병일기 감동이었다"며 "이제 추기경님을 더 이상 뵐 수 없지만 그 분을 제 가슴에 모시고 저도 인내하며 사랑하며 용서하며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한다"고 글을 올렸다.

한편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게시판에는 그를 추모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선종 이후 24일 오전 현재까지 1000여개의 글이 올라오는 등 그를 추모하는 글이 하루에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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