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뒷짐 조문' 구설수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09.02.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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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른바 '뒷짐 조문'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하러 간 자리에서다.

전 전 대통령이 김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을 찾은 것은 18일 오전 11시 무렵. 전 전 대통령은 장세동 전 청와대 경호실장 등 측근 20여명을 대동하고 명동성당에 나타났다.



김운회 주교의 안내를 받으며 김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대성전으로 향한 전 전 대통령은 먼저 불교식으로 합장하며 조문을 시작했다. 이어 유리관이 있는 장소로 향한 전 전 대통령은 뒷짐을 지고 유리관 안을 들여다보는 '결례'를 범했다.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 각층의 유력인사들이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지만, 뒷짐을 지는 등의 결례를 범한 인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두손을 앞으로 모은 채 조문을 마쳤다.



조문 방식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전 전 대통령과 김 추기경의 관계가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은 생존 당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꼽을 때 주저하지 않고 '5·18'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전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도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다"며 "서부 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지 않느냐"며 당시 신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에도 김 추기경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과거 껄끄러웠던 김 추기경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날 조문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과거 사단장 시절의 인연을 강조하며 "오래 전부터 개인적인 관계가 깊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의 '뒷짐 조문'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강한 어조로 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인터넷 게시판을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사이가 아무리 안 좋았다고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고인에 대한 예의는 차려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조문을 마치고 나서며 자신을 향해 질문을 건네는 기자들에게 "여러분들도 국민이 화합하는 방향으로 잘 보도도 하고 해서 싸움 붙이지 말고 화합하는 방향으로,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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