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7일째 상승, 당국 고민도 깊어지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2.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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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7일 연속 상승하면서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동유럽발 금융위기와 GM 파산보호신청설 등 글로벌 악재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입할 수도 없고 마냥 지켜 볼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18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5원 급등한 1468원에 마감했다. 7거래일간 상승폭은 87원이다. 원/달러 환율 1470원대는 지난해 12월5일(1475.5원)이후 48거래일 만에 최고치다.



당국은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저점을 높여 가면서 오름세가 지속되긴 했지만 수출 대기업에 유리한 측면도 있고 미국, 중국, 일본 등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어 크게 불안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 뒤 급등세를 보이자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7일 1450원대 부근에서 당국의 미세조정 물량이 포착됐고 이날도 정부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왔다.



당국은 지나친 쏠림을 경계한다는 원론 이외에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시장은 당국이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과 통화옵션상품인 키코 피해 확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물가 수준 등을 좀더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동유럽 금융기관의 부실이 누적되고 있고 서유럽 금융기관이 이를 지원했고 (위기가) 발생하면 서유럽을 거쳐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동유럽 금융위기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장률 하락, 외국인 주식순매도, 외화자금시장 불안정 등 환율 추가 상승을 위한 내부적 요인이 있지만 문제는 외부요인이 더욱 크고 따라서 공격적으로 개입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험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역시 2기 경제팀의 환율정책에는 부담이 된다. 비록 속도조절은 불가피하더라도 원천적으로 수급을 맞출 수 없는 상황에서 직개입의 여지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당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서울 환시에서 십수년간 이뤄져 왔던 개입행태나 이후 환율흐름을 보면 서두를 일은 아니다"며 "자칫 역외세력에게 달러를 싸게 공급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환율안정 의지가 있다고 해도 실탄이 여의치 않은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공급했던 외화자금 중 27억2000만 달러를 회수하는 등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2017억4000만 달러에 달하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억 달러'를 깰 수는 없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고치보다 줄어 들었고 한미 통화스왑 자금 300억 달러도 미국과 스왑협정을 동시에 체결한 한국,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중 유일하게 달러를 인출해 쓰는 등 운신의 폭이 좁다.

배상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인 측면에서 동유럽발 위기설이 시장을 불안하게 봤지만 연간 기준으로 환율은 하향 안정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국이 은행에 외화자금을 지원하는 간접적 방식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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