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같은 '위기說' 이제 그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2.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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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9월에 반복되는 습관성 악재, 외화유동성 위기

-겉모습만 보면 불안할 수도...들여다보면 "충분히 감당 가능"
-외환위기 후 '잘못된 학습효과' 현상 나타나

또다시 '양치기 소년' 같은 위기설이 시장에 번지고 있다. 잊을만 하면 고개를 드는 '습관성 악재'다. 주로 3, 9월 외채 만기가 집중 도래하는 시기에 나타난다.

이번 3월 위기설도 포장만 보면 그럴 듯 하다. △증시 급락 △일본계 자금의 국내 이탈 조짐 △원/달러 환율 급등 △외화자금시장의 이상기류 △동유럽발 글로벌 위기 가속화 등이 악재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상대적으로 풍부한 외화유동성 △새로운 악재의 부재 △글로벌 공조를 통한 리스크 감소 △원/달러 환율의 추가상승 제한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친 위기감 증폭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일본 금융기관발 3월 위기설은 말처럼 설로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증권사들도 이날 리포트를 통해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반박했다.



◇실체없는 위기설= 채권 특히 외화채권의 만기는 통상 3, 9월에 몰려 있다.

지난 2001년 9월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되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채무불이행 우려, 9월로 매각이 연기된 대우차 문제 등이 겹쳐지며 국제신인도 하락, 유동성 위기의식 고조 등으로 이어졌다.

코스피지수는 그해 8월말 545.11포인트를 기록했지만 9월말 479.6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위기설이 잦아지며 10월말 537.81포인트로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8월말 1283.80원에서 9월말 1305.90원으로 급등했지만 10월말 1296.10원으로 내려앉았다.


2003년에도 9월 위기설이 시장을 강타했다. LG카드 등 카드업계와 하나로통신의 유동성 위기가 핵심 악재였다. 같은 해 8월말 759.47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9월말 697.52포인트로 밀렸으나 "근거없다"는 안도감이 확산되며 10월말 782.36포인트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도 9월 위기설이 위력을 떨쳤다.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집중되며 외국인 투자가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였다.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2007년에 365억달러 순매수한 뒤 지난해 5월까지 순매수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6, 7월 32억달러 가량을 순매도하며 위기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글로벌 금융·실물위기로 유동성 확보경쟁이 벌어진 결과였다. 외국인은 11월말까지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 공세를 펼쳤지만 12월에 소폭 순매수로 돌아섰다. 채권시장의 경우 8월에 오히려 18억달러 가량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정말 위기인가= 겉모습만 보면 설에 휘둘릴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7일 연속 급등하며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외화자금 시장에는 달러기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스와프시장에서 스와프포인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 차)는 갈수록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다. 달러자금 수요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채 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중반 2%대에서 이달 13일 3.56%, 16일 3.74%에 이어 17일에 4.05%를 기록했다. 그만큼 한국의 부도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이 발행한 해외채권의 경우 올해 만기도래분 350억달러 중 3월에 66억달러 가량이 몰려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9월에 비해 크게 적다. 하나대투증권은 "아직까지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수급상 환율이 계속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시장불안의 이유= 동유럽발 신용위기감 고조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달러매수세가 크게 강화된 탓이지, '조직적인' 탈 코리아 현상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본계 자금의 이탈과 관련해서도 국내 은행의 엔화 차입금(약 130억달러) 가운데 3월에 만기도래하는 금액은 10억~2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일일 외환거래량(40억~50억달러)를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증권도 외화유동성이 충분해 3월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월별 단기 차입 만기금액 규모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동유럽발 위기감도 새로운 것이 아닐 뿐더러 글로벌 공조에 따라 최악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 상황은 공교롭게 '마찰적 시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은 통상 국내에서 달러수요가 크게 증가하는데, 하필 동유럽발 충격이 추가되며 글로벌 안전자산(달러) 수요가 더욱 커졌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외부채 규모가 큰 동유럽과 신흥국가의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환시장 불안이 더욱 커진 상태"라며 "무시할 수는 없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장 수석연구원은 또 "한미통화스와프 등에서 필요하면 외화를 더 많이 가져와 시중에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심리 차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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