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착한 ETF, 불안기 투자 희망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9.02.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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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기 투자희망 ETF] (1) 자본시장법 시대의 새주역

편집자주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안기에 연초 이후 20% 넘는 수익률을 올린 국내펀드가 있다. 현란한 플레이를 했거나 기상천외한 곳에 투자한 펀드가 아니다. 바로 상장지수펀드(ETF) 중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올린 성과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할까. 평범함에서 특별함이 나오는 펀드가 ETF다. ETF는 저렴한 수수료와 우수한 성과로 빛을 발한다. 종류가 다양해지고 출시 운용사도 늘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지금, ETF로 희망을 가져보면 어떨까.

- 불황 요충지 증권사 속속 진출, 춘추전국시대로
- 수익률 주식형에 비해 3 ~ 5%포인트 앞서
- 원유 ETF까지 나온다..진화채비

펀드 2.0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자본시장법 개막과 함께 대중화와 춘추전국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대부분의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원망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ETF만큼은 달랐다.



또 지난해 이후로 올해까지 ETF 운용사로 새롭게 뛰어들고 있는 곳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위축됐던 폭락장에서도 대표적인 ETF종목의 거래량은 이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수익률 면에서도 상위 펀드에 비해 ETF는 앞섰다. 증권업계에서는 ETF가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법) 시행 이후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운용사 속속 진출..놓칠 수 없는 ETF시장
지난해 펀드 시장에서 쓴 맛을 본 운용사들 중 새롭게 ETF에서 칼을 벼리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2002년 10월 ETF 시장에 처음으로 뛰어든 선발주자 삼성투신운용을 비롯해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우리CS, 유리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KB자산운용에 이어 지난해 말 대신투신운용이 ETF 경쟁에 뛰어들었고 동양투신운용도 이달 초부터 ETF 상품을 상장시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ETF를 통해서는 추가로 수십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만큼 ETF 시장은 증시 침체 속에서도 운용사들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돼 버렸다는 분석이다.

운용사들이 자신들에게 장점이 있는 상품을 ETF로 응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주펀드로 널리 알려진 한국운용이 KINDEX 삼성그룹주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국운용은 “펀드와 ETF의 차이를 고려해 HTS로 거래하는 투자자를 위해 삼성그룹주 ETF를 출시했다”며 “펀드 운용 경험이 ETF에 접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 자산관리 회사 도약을 위한 ETF의 필요성을 절감해 전력 투구를 선언한 곳도 있다.


수익률 착한 ETF, 불안기 투자 희망


실제로 미국에서 이미 ETF가 크게 히트치면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국 증시 ETF규모가 6000억달러(약 600조원) 수준까지 커지면서 2년 전에 비해 두 배이상 급증했다.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인덱스운용2본부장(상무)은 “과거 97년 금융위기, 2001년 IT버블 붕괴 등이 있었을 때 미국 시장에서 ETF는 오히려 더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총자산도 매년 40% 내외로 꾸준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 1호 ETF인 삼성투신운용의 KODEX200 도 이 같은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다. KODEX200의 월별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203만5000여주였지만 리만 브러더스 사태 이후인 10월에는 450만주, 11월에는 440만주, 12월에는 484만여주로 오히려 늘어났다. 차익거래 등 여러 수요가 혼합된 결과지만 ETF는 증시 급락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도 이와 무관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입증된 것.

◇거래편의는 기본 수익률은 덤..형만한 아우 ETF
수익률 면에서도 ETF는 주식형펀드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연초 이후 수익률(ETF는 2월16일 기준, 주식형펀드는 2월13일 기준)에서 주요 ETF는 유사 형태의 주식형펀드에 비해 3 ~ 5%포인트 앞섰다.

삼성투신의 삼성KODEX반도체상장지수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3.38%, 미래맵스의 미래에셋TIGER SEMICON상장지수는 24.56%를 기록했다. 반면 IT코리아주식펀드는 16.9 ~ 17%대의 수익률로 차이가 났다.



또 삼성투신의 삼성KODEX삼성그룹주상장지수가 5.19%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주요 운용사의 삼성그룹주펀드는 3%대의 수익률로 다소 뒤졌다.

KB운용의 KStar 5대그룹주상장지수가 7.93%인데 비해 5대그룹대표주주식펀드는 3.1 ~ 10.2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 착한 ETF, 불안기 투자 희망


가치주 관련 ETF는 중형순수가치주ETF(우리CS KOSEF중형순수가치)가 11.68%, 중대형성장.가치주가 4.3 ~ 6.59%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주요 운용사의 중소형.가치주펀드는 3 ~ 4%대의 수익률로 집계됐다.

ETF는 수익률 외에도 환매 조건, 운용보수 등에서도 주식형펀드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배재규 본부장은 “일반 펀드의 경우 상승장이라도 펀드 가입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 환매제한기간에 묶여 팔지도 못하고 주저하다가 시장이 하락으로 돌아서게 되어 수익을 누려보기도 전에 다시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ETF는 실시간으로 시장에서 샀다가 팔 수 있는 ‘기동력’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판단에 따라 바로 수익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시대 ETF 전성시대 예고
자본시장법의 시행과 함께 다양한 ETF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문호가 넓혀지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개인들 역시 주식형 펀드의 10분에 1에 불과한 비용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실물자산에 까지 투자하는 종합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가능해진다.



올해 중으로 골드ETF, WTI(서부텍사스중질유)ETF, 미국 나스닥 ETF 등 다양한 ETF 출시도 예정돼 있다. 또 코스피 지수가 1포인트 오르면 투자자는 2~3포인트 변동에 연동하는 수익을 얻게 되는 레버리지 ETF나, 지수가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이 발생하는 리버스ETF 등도 관련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 되는대로 출시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투신은 이미 WTI 선물과 A- 등급 이상인 국내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삼성WTI원유 파생상품펀드'를 내놨고 추가적인 ETF 관련 규정 정비 작업에 대비하고 있다.

물론 매매 타이밍에 있어서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다면 투자가 더욱 수월할 수 있지만 아직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선발 운용사를 중심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ETF를 통한 투자자별 포트폴리오 구성도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ETF 는 다양한 고객과 시장의 수요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ETF는 자본시장법에서 구현하는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 적용에 따라 가장 먼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품가격에 연동하는 ETF 등 다양한 ETF가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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