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 환율상승의 계절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2.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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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위기론 대두..그러나 작년 10월같은 위기 가능성은 낮아

환율이 어느새 1400원대를 넘어섰다. 올들어 1400 언저리에서 어슬렁 거린 적이 없진 않았지만 이제는 1400원대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1400이라는 숫자는 나쁜 기억을 상기시키며 우리를 긴장시킨다. 우리 금융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아 넣었던 지난해 10월말 환율이 1400원대였다.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환율과 코스피지수는 역(마이너스)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원/달러 환 환율이 오르면 주가는 하락해 왔다는 얘기다. 특히 환율의 움직임은 외국인의 투자 패턴과도 관련도가 높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6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도 똑같이 6일째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이른바 '3월 위기설'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 400억달러 중 100억달러의 만기가 3월에 집중돼 있고 대부분이 3월 결산법인인 일본 금융기관들이 결산기를 맞아 자금을 회수하면서 또다시 외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게 3월 위기설이다.

게다가 아일랜드와 러시아 등의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덕분에 유럽 시장에서 16일(현지시간) 금융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북한의 도발 우려라는 우리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또 우리은행의 외화 후순위채 콜옵션 포기로 인해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2월 들어 22.0bp 상승했고 외환스와프 금리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달러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위기를 느낄만한 요인들은 이처럼 많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같은 위기 재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위기의 요인들도 많지만 그 반대 논리로 제시할 근거들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3월에 만기가 되는 외채가 1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우리 외환보유액은 1월말 기준으로 2017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9월 위기설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든든한 외환보유액을 근거로 들며 부정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제2의 외환보유액이 있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통화스와프 만료 시기는 10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부도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먼 파산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들은 러시아가 모라토리엄(국가부도)로 가는 것을 절대 방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기 징후에도 불구하고 리보 등 단기 자금시장이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이미 시장 참여자들이 이러한 계산을 깔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3개월물 달러 리보는 1.24%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달러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 4월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본국에 송금하는 시기여서 이 시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는 계절적 특성을 보인다.



환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증시에도 당분간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IG증권은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기록한 지난해 10월27일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하에서는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인 반면, 1400원 이상에서는 매도세를 보여 왔다"며 "환율 상승이 이어진다면 외국인의 매도세도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도한 환율 상승은 오히려 외국인들의 환차익 기대감을 자극할 가능성도 나온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해 과도한 오버슈팅 국면에 접어든다면 지난 12월처럼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추가적인 지수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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