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할부구매 "너무 힘들어"

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2009.02.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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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딜러들 계약포기 잇따라

"월수입 2000만원에 연체 없으면 아마 할부대출 가능할거에요."

최근 한 수입차사 임원이 신용경색 여파로 자동차 딜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한 말이다. 할부대출을 취급하는 카드사나 캐피탈 업계에서 보면 과장된 측면도 있겠지만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내 할부금융 업체들이 영업을 축소하고 신용한도를 줄이고 있다.



서울에서 아우디를 판매하고 있는 한 딜러는 지난 1월 고객과 A6차량 계약을 거의 맺었다가 포기한 일이 있었다. 이 딜러는 "같은 조건, 같은 소득수준인데 몇 달 전에 비해 할부한도가 무조건 절반으로 줄었다"며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다른 할부사까지 끌어들여 겨우 금액을 맞췄는데, 이번엔 고객이 무슨 차 한대 사는데 할부사를 두개씩이나 끼냐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몇몇 캐피탈 회사들은 현재 사실상 개점휴업중이고, 그나마 은행과 대기업들이 뒤를 받쳐주고 있는 곳들이 대출을 해주긴 하지만 심사가 이전에 비해 너무 까다로워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입차 할부대출을 취급하는 H캐피탈의 관계자는 "수입차의 경우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가격을 호가하기 때문에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심사가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보증인이나 재산세 과세증명 등 다른 방법으로 할부한도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L캐피탈사의 관계자는 "작년 12월과 1월, 몇몇을 제외하곤 수입차의 경우 할부대출을 거의 중단했다고 보면 된다"며 "그나마 취급했던 캐피탈 사들도 할부이율을 몇 달 전에 비해 3~4% 포인트씩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5등급 신용, 직장 2년차(연봉 2500만원)'에 연체기록이 없으면 예전에는 보증인이나 기타서류 없어도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한도도 반으로 줄었고, 그나마 보증인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현재 수입차를 파는 딜러들은 생존경쟁을 겪고 있다"며 "가뜩이나 카드수수료(2.7%)도 높은 마당에 할부대출까지 안되면 수천만 원짜리 수입차를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반문했다.

한편 지난 1월 국내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3760대로 전년대비 30%정도 감소했고, 특히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구매(1913대)가 법인구매(1847대)를 앞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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