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징수로 본 한국 경제도 '팍팍'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2.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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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작년 아닌 2007년 실적 기준 부과
-양도세 2조 감소…부동산 거래 위축 반영
-개별소비세 0.7조 감소…유류소비 감소·車판매 감소
-상속증여세·증권거래세, 주식시장 위축 반영

지난해 세금이 예산보다 더 걷혔지만 세목별 징수실적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8년 국세수입은 167조3000억원으로 예산 165조6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더 걷혔다.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법인세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환율 상승으로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세징수 실적만 보면 지난해 경기가 나빴다는 말은 거짓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세목별 징수실적을 살펴보면 경기침체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법인세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지난해 경제상황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 보통 법인세는 전년도 이익을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늘어난 것은 경기가 좋아서라기 보다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평균 원/달러 환율은 2007년 929.4원이었으나 2008년 1100.1원으로 18.4% 상승했다.

다른 세목에서는 경기침체를 진단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양도소득세는 9조3000억원이 걷혔는데, 이는 2007년 11조3000억원보다 2조원 적은 수치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접수건수가 2007년 1967건에서 지난해 1881건으로 4.4% 감소하는 등 부동산 거래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개별소비세는 전년보다 7000억원 줄었다. 유가 상승으로 유류 소비가 줄고 자동차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유 출고량은 전년보다 23.6% 감소했고 자동차 판매량은 22.8% 줄었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하락하고 주식거래가 위축되면서 상속증여세와 증권거래세는 각각 1000억원, 7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평균 코스피지수는 10.7% 하락했고 증권거래대금은 1287조원으로 전년보다 5.6% 줄었다.



반면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술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주세는 6000억원 증가했다. 맥주 출고량은 202만5000킬로리터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증권거래세, 상속증여세 등의 감소는 경기위축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생활이 팍팍하다 보니 술 판매량이 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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