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인수금 1년만에 얼마나 회수했나

더벨 박준식 기자 2009.02.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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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4.1조 중 3조 이상 회수...영업양수도·감자 등으로

이 기사는 02월06일(09: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 (111,400원 ▼1,500 -1.33%) 인수를 위해 실제로 투자한 자금은 얼마일까.



계산은 시장의 예상대로 유상감자 금액이 확정되면서 좀 더 명확해졌다. 연간 영업이익이 600억원 수준이던 회사를 4조10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사들인 자신감과 숨겨진 전략을 짚어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금호아시아나의 인수 시점을 전후로 대한통운의 자본 및 부채 변동을 살펴보면 실질 인수금 추정이 가능하다.





법정관리 중이던 대한통운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 건 지난 2007년 11월 말. 같은 해 4분기 부채는 7119억원, 자본은 6829억원으로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인수한 시점은 이듬해 3월 초. 인수금 4조1040억원은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투입됐기 때문에 정리채무(3626억원)를 변제하고 남은 자금은 모두 자본금으로 남았다. 2008년 1분기 부채가 전기보다 4005억원 줄고, 자본이 4조1218억원 늘어난 게 이를 반영한다.


대한통운의 재무구조는 지난해 2분기까지 사실상 무차입 형태로 개선됐다. 법원이 인수 후 1년간 유상감자를 금지한 덕분에 자본이 부채의 스무 배를 넘는 데도 현금을 쌓아둘 수밖에 없던 셈이다.

이런 불안정한 균형은 3분기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활용해 그룹 내 물류 및 수송 사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면서 부채 계정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자본은 664억원 늘었지만 부채는 이보다 많은 1087억원이 증가했다. 세 달 동안 영업이익이 245억원, 순이익이 629억원으로 실적이 호전된 점을 감안할 때 영업 외 활동으로 재무구조가 변동된 걸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대한통운은 기간 중 자회사인 대한통운국제물류를 흡수합병하면서 4만2070주의 신주를 발행하고 그룹 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 인수를 위해 1591억원을 투자했다. 그룹 입장에서는 3분기까지 대한통운 자본금을 예치하면서 얻은 반년 간의 이자수익(960억원)을 더해 2500억원 이상을 회수한 셈이다.

회수율은 4분기 들어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30일 금호렌터카의 영업자산을 3073억원에 인수하면서 렌터카 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동시에 뭉칫돈도 거둬들였다. 당시 금호렌터카는 대한통운 지분(4.4%)을 보유해 역인수가 불가능했지만 그룹 측은 기업 인수합병(M&A) 대신 영업 양수도 방법을 선택했다.

대한통운 지분(4.4%)을 가진 금호렌터카를 해산하는 대신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로 남기고 핵심자산과 부채, 기타 모든 권리·의무 일체를 사들였다. 이 전략은 동시에 금호아시아나 우호세력이 아닌 기존 대한통운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도 가능하게 했다.

골드만삭스와 STX팬오션 등 적대적인 대주주들은 렌터카 영업양수를 반대했고 이들에게는 증권거래법에 따라 보유 주식매수 청구권이 주어졌다. 이들 주주를 위해 대한통운이 지출한 금액은 6960억원. 대신 금호아시아나는 자사주 형태로 보유 지분을 84.8%까지 높였다.

지분이 늘어나자 그룹 측은 연이어 법원의 제한이 풀리는 오는 3월12일 이후를 대비해 지난 3일 2조2601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결정했다. 예정대로 오는 4월21일 감자가 실시되면 소액주주 지분에 대한 대금을 제외한 약 1조8092억원이 회수된다.

발표된 유상감자 액수는 주당 17만1000원, 감자비율은 43.22%에 달한다. 감자액은 1년 전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이 제시한 대한통운 신주 인수금과 같다.

따라서 우정사업본부 등의 투자자들에게는 원금을 돌려주는 의미가 있다. 유상감자로 인수 1년 후 원금을 환원하고 이후 투자기간에 비례해 수익률을 보장하는 풋옵션을 제공한 게 금호아시아나의 컨소시엄 구성 전략이었다.

그룹 측은 머잖아 투자자들에 이자에 해당하는 수익을 보장하고 주식을 사들여 대한통운 보유 지분을 실제 84.8%까지 높일 수 있다. 추후 경영권 지분을 제외한 소수 지분을 블록으로 매각해 자금 회수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여기에 4조원의 은행 예치로 1년간 얻은 이자 수익은 보수적(4%)으로 봐도 1600억원이 넘는다. 물론 재무 투자자들이 대한통운에서 탈출할 때 보장해야 할 수익은 이자 수익과 일부분 상계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미 발생한 이자만 더해 보면 총 회수금이 적어도 3조원 이상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지렛대로 3조원 이상의 차입을 과감히 활용했던 (금호아시아나의) M&A 전술은 매우 성공적이다"며 "결과적으로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실제 투자금은 1조원 안팎이고 이것도 1~2년 내 기업 가치를 높여 (지분) 30% 가량을 팔면 전액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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