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워크아웃 굴욕(?)

더벨 박준식 기자 2009.02.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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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선택]⑦롯데기공 C등급 "내부 불협화음과 금융권 견제 합작품"

이 기사는 02월03일(11: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롯데기공 대주주 명단에는 그룹의 여섯 개 계열사 외에도 신동주 부사장과 신동빈 부회장, 신영자 사장 등 오너 일가가 포진해 있다.



신격호 회장의 자녀인 세 사람이 지분을 합하면 19.86%. 단일 주체 중 최대 주주인 롯데알미늄(18.26%)을 넘어선다. 롯데기공의 실제 주인이 각각 15% 안팎의 지분을 가진 다섯 개 계열사가 아니라 오너 일가라는 관계자들의 분석은 지분 구도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비상장 건설사인 롯데기공이 지난 2007년 기록한 매출액은 4471억원, 영업이익은 266억원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룹 계열사로 규모가 열 배나 큰 주택 건설업체인 롯데건설(매출 3조5300억원, 영업이익 3731억원)이 버티고 있는 점도 든든해 보인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지난달 22일 이런 롯데기공에 건설사 구조조정과 관련해 워크아웃이 필요한 C등급을 부여했다. △도급 순위 50위권 밖의 기업으로 평가를 위한 계량 항목 부문에서 △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고 △이자보상배율이 차입금 의존도를 넘어선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평가 요소의 계량 대 비계량 비율이 4대 6으로 그룹사의 지원 능력이 등급평가에 전반적으로 반영된다는 걸 감안하면 예상 밖의 결정이었다. 그래서 관심은 지난해 매출이 41조원을 돌파한 대그룹이 이른바 워크아웃 굴욕을 겪기까지 등급과 관련한 사실을 고지 받지 못했는가에 집중된다.

그룹 측은 당장 다음날 롯데기공의 계열사 분리 인수를 발표해 체면을 세웠지만 하루 만에 해결이 가능한 사안을 그동안 지연한 건 의문을 더 크게 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 내부의 불협화음과 국내 금융권의 견제가 복합적으로 일으킨 우발사건으로 해석한다. 상명하복식의 보수적 기업문화가 그룹 내 소통을 어렵게 하고 시장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일본계 자본을 활용해 오히려 국내와 멀어졌던 전력이 금융권의 외면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실제 채권단은 롯데기공의 워크아웃 가능성을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고지했지만, 그룹 측은 등급 확정 전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원인은 지분 구도 상으로 확실한 오너가 가려지지 않아 최대주주인 롯데알미늄 조차 미리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사의 실무 경영진은 오너 삼형제가 대주주인 기업이 워크아웃에 이르는 문제를 겪는데도 전략적 결단이나 내부 보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던 셈이다.

여기에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금융권은 롯데의 미온적인 자세를 대그룹의 자만심으로 해석한 측면이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롯데가 규모로만 따진다면 수위에 꼽히는 기업집단이지만 국내 은행권과의 거래는 중견기업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사전에 (등급 전망을) 고지했는데도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대기업인데 설마 워크아웃 등급을 주겠냐는 오만함이 있던 것"이라고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룹은 최근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롯데기공의 건설사업 부문은 롯데건설이, 보일러제조 부문은 롯데알미늄이 인수하는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 경우 두 인수주체는 롯데기공의 자산 및 부채를 떠안아 채권단 지원은 필요치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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