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 빠진 날(2)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2009.02.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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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몸은 말이고 城, 나는 마부고 성주다.

몸은 차(車)다. 나는 그 차를 굴리는 운전자다. 술에 취해 사는 사람은 몸과 인생을 엉망으로 굴리는 음주운전자다.

요즘에는 이렇게 몸을 차에 비유하지만 차가 없던 시절에는 말(馬)이나 성(城)에 비유했다. 나는 이 비유가 더 좋다.

우선 말. 몸은 말이고, 나는 마부다. 말은 제 마음대로 달리려 한다. 그 말을 다루는 것은 마부의 몫이다. 마부가 고삐를 놓아 버리면 말은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날 뛸 것이다. 술 취한 말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유능한 마부는 말을 아끼고 사랑한다. 고삐와 채찍도 잘 사용한다. 말은 마부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잘 길들인 말은 주인의 종이자 벗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마부인가.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내 몸은 나의 벗인가.

다음은 성. 몸은 성이고, 나는 성주다. 성을 잘 쌓지 않으면 성주는 위험하다. 잘 쌓은 성이라도 잘 지키지 않으면 역시 위험하다. 성주는 무너진 성곽은 없는지, 방위가 취약한 곳은 없는지 항상 경계하고 살펴야 한다. 성주가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면 성은 망한다.



인도 고대 베다 경전의 '까타 우파니샤드'편에 나오는 비유는 더욱 절묘하다.

첫째, '몸은 오감이라는 다섯 마리 힘센 말이 끄는 전차다.' 감각이 지배하는 말들은 죽을 때까지 욕망을 좆아 달려간다. 판단을 내리는 지적인 능력은 마부다. 마부는 제대로 방향을 잡아서 마차가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가 죄고 있는 고삐는 마음과 감정과 욕망이다. 그리고 달리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파니샤드는 가르친다. '분별력이 부족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의 감각은 야생마처럼 이리저리 날뛴다. 그러나 분별력을 갖추고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훈련을 한 사람의 감각은 잘 훈련된 말처럼 고삐에 따라 움직인다. 분별력을 갖춘 지성이라는 마부와 훈련된 마음이라는 고삐가 만나면 그들은 인생의 최상의 목적을 이루어 사랑의 신과 하나가 된다.'


둘째, '사람은 11개의 문을 가진 성이다.' 왜 11개일까. 몸에서 안팎으로 통하는 문이 11개다. 눈 2개, 코구멍 2개, 입 1개, 귀 2개, 소화기와 생식기 2개를 합치면 9개다. 나머지 2개 중 하나는 배꼽이다. 또 하나는 정수리(백회)다.

정수리의 문은 태아의 두개골이 완성되는 시점에 닫힌다. 배꼽은 태아의 생명줄이던 탯줄이 끊이는 순간 닫힌다. 배꼽의 문은 한번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는다. 용도폐기된 문이다.

그러나 정수리의 문은 깨달음에 이르러 다시 열린다. 깨달은 사람은 정수리를 통해 우주의 기운과 소통한다. 정수리는 지혜의 문이다. 깨달은 자만이 정수리의 문을 열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성문을 관리하는가. 눈으로는 화려하고 음란한 것을 들인다. 귀로는 거친 말과 소음을 들인다. 입으로는 술과 오염된 음식을 들인다. 코로는 독한 담배 연기와 매연을 들인다. 소화기는 부실해 들어온 독을 잘 빼내지 못한다.

다시 말해 성지기는 수상한 사람들을 검문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들인다. 성 안은 적의 군대로 득실댄다. 성주는 술에 취해 흥청망청이다. 이런대도 성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아무래도 술 좀 덜 마시고, 정신차려야겠다.

  ☞웰빙노트

자신의 심장과 간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사랑의 명상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수행이다. 자신의 몸을 보살피고, 자신의 심장을 보살피고, 자신의 간을 보살피는 수행이다. 사랑과 자비심을 갖고 자기 자신을 어루만지는 일이다.<틱낫한,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라. 우리 몸은 우리가 규칙을 위반할 때마다 불쾌함이나 뻣뻣함, 고통 등의 증상으로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의 몸은 그 나름대로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게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를 보낸다. 질병은 우리로부터 배신당한 육체가 우리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오히려 채찍으로 우리 몸을 더욱 다그친다. <기 코르노,마음의 치유>

어린 아이들은 몸을 활발하게 움직인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을 정도로. 운동한다는 의식조차 없기에 몸 움직임이 더 자연스럽다. 그야말로 몸놀림이다. 마음이 몸을 존중하는 몸짓이 몸놀림이라면 그 반대는 몸부림이다. 악착같이 또는 억지로 하는 일들은 다 몸부림이 된다. 마음이 무리하게 몸을 다룬다. 이는 몸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건강을 유지하자면 우리 안에 잠자는 부드러움과 호기심을 일깨워 자연스러운 몸놀림을 되찾아야 하리라.<김광화,피어라 남자>

본래 우리 몸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몸에 담긴 신비를 읽지 못하고 병원과 약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에 모르고 있을 뿐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몸이 나른하다, 숨이 막힌다, 눈이 빨갛다' 등 몸이 주는 메시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기계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도 영혼이 담긴 몸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무지하다. 그만큼 자신의 몸과 멀어졌기 때문이다.<이승헌,걸음아 날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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