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급보증 MOU 미워요"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9.02.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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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에 매일 실적 보고해야 '한숨'
-"경영권 간섭받을까" 지급보증신청 주저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11월 정부와 외화채무 지급보증을 받으면서 체결한 양해각서(MOU) 이행에 진땀을 빼고 있다. 당시 정부는 MOU를 통해 중소기업대출 확대와 임원 연봉 삭감 등 경영합리화를 요구했다.

은행들은 이후 중소기업 대출 등 주요 실적을 당국에 보고하고, 당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공개적인 채근까지 받아 매우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최근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꺼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A은행은 거의 매일 중기 대출 실적을 당국에 보고하고 있다. 당국은 MOU 대로 중기 대출이 전체 대출의 53%를 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중기대출 의무비율 및 기존 대출 만기연장 비율 등 2가지를 지켜야 하는데 경기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기업들의 투자 심리도 위축돼 있다"며 "자금 수요도 줄어들고 운전자금에도 제한이 있어 중기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B은행의 자금부는 매달 은행장 명의로 '주위 환기' 공문을 받는다. 정부와 체결한 MOU에 '국제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해 크레디트라인을 확대하고 일정 액의 중장기 조달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는 조항과 관련된 것이다. 이 은행장은 매입외환이나 수입유산스 등 외화유동성이 전월의 평잔대비 줄어든 경우 어김없이 관련 부서에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한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 지원 여부를 떠나 전체 무역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수출입금융이 구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역금융을 무조건 늘리라는 것은 큰 압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들은 실제 지급보증을 받는 것을 꺼린다. MOU 상 오는 6월말까지 지급보증을 받게 되면 만기가 도래하는 3~5년간 경영권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직 지급보증을 받은 시중은행은 한 곳도 없다. 최대한 자체신용으로 외화유동성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당장 외화 수요가 급박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경영권 간섭 때문에 주저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은행들도 전략적으로 외채 발행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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