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 선물매도의 의미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2.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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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적 단타세력 추정...증시 체력약해 악영향 우려

2일 코스피시장은 지수선물시장의 외국인 선물 순매도에 출렁거린 하루였다.

장초반 1700계약까지 순매수 규모를 늘렸던 외국인은 오후들어 매도로 태도를 돌변하며 동시호가 전까지 6435계약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오후 3시 이후 이뤄진 장마감 동시호가에서 1254계약을 매수하면서 최종적으로는 5131계약의 매도우위로 장을 마쳤지만, 이날 외국인의 지수선물 순매도 규모는 지난달 15일 6824계약 순매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강화되면 코스피200지수와 지수선물의 차이인 베이시스(일반적으로 만기일까지 금리차까지 고려한 시장베이시스)가 좁혀지면서 프로그램 매도가 유발된다.



지수선물이 싸지고, 현물이 비싸지는 결과가 유도되면서, 기관 프로그램 매매는 매도세가 유발돼 현ㆍ선물간 가격차이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은 코스피시장에서 주식을 토해내게 된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매매가 나오면 최근처럼 허약한 체질을 가진 증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날 외국인들은 오전 10시50분까지 1700계약의 순매수를 보이며 코스피지수의 순항을 도왔다. 비슷한 시점에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지 않고,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로 일관하는 외국인들과 개인의 '사자'에 힘입어 1170선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이같은 현상은 급변했다. 지수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도로 자세를 바꾸며 장마감 동시호가 전까지 6435계약을 순매도하면서 결과적으로 8135계약이 장중에 매도우위로 나왔다. 0.6수준을 이어가던 시장베이시스는 0.2로 악화되며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2785억원 순매도됐다.

가뜩이나 허약한 체질의 코스피시장은 기관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터저 나오면서 초반 상승세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에 비해 15.16포인트(1.30%) 하락한 1146.95로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날 지수선물시장에서 대량의 매도우위를 나타낸 외국인들은 최근 투기를 목적으로 진입했던 '단기매매세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2거래일간 외국인들은 지수선물시장에서 9659계약을 순매수했는데, 이같은 투기세력들이 향후 미국증시의 불안과 국내증시에서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관측하고 서둘러 매수분을 팔아치우면서 빠져나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8,610원 ▼260 -2.93%) 투자분석부 연구원은 "오전 10시50분쯤 외국인 선물매매는 1700계약이었으나 이후 순매도로 돌아서 6435계약까지 기록됐다"며 "8000계약 이상의 순매도가 하루 동안에 출회되는 동시에 장초반 급증했던 미결제약정이 9613계약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전매'가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심 연구원이 말하는 '전매'는 하나 또는 둘로 이뤄진 단기 투기세력이 한꺼번에 최근 사들였던 기존 매수분을 급하게 정리하면서 선물시장을 떠나는 것을 일컫는다.

심 연구원은 "올들어 외국인들은 꾸준히 매도포지션을 유지하면서 2일까지 2만1767계약을 순매도하고 있다"며 "지난 28일과 29일 2거래일간 9569계약을 순매수하면서 태도가 바뀌는 것으로도 점쳐졌지만, 이날 비슷한 물량이 매도되면서 단기세력의 교란에 증시가 휘둘린 꼴"이라고 덧붙였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2,950원 ▲10 +0.34%) 연구원도 "지난달 28일과 29일 대규모 지수선물 매수에 나섰던 세력이 향후 글로벌증시의 불안감 엄습을 느끼고 가능한 빨리 포지션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단타세력은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증시를 서둘러 빠져나간 것으로 관측됐다.

심 연구원은 "이들 투기세력이 선물시장에 진입한 수준은 149.82~153.04포인트로 추정된다"며 "2일 지수선물은 150선~151선을 넘나들다 149.15로 마쳤음을 고려하면 재미는 못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차익을 남기려면 적어도 선물지수가 154선은 돼야 '손에 쥐는 게 있을 것'이라는 게 심 연구원의 판단이다.

동양종금증권 원 연구원은 "이들 단기세력이 실익없이 급하게 선물시장을 떠난 이유로는 주말 미국증시가 하락하면서 8000선이 위태로와진 것에 따른 부담감이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지난 28일 2.5% 급등하면서 8375.45까지 기록하자 반등세를 예상하고, 미국증시에 연동하는 코스피시장도 향후 며칠간 급등할 것으로 내다본 뒤 선물시장에 진입해 차익을 노릴 속셈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29일부터 2거래일 연속 내리면서 지난 주말 장중 8000선을 밑돌며 8000.86으로 마쳤다.



원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다우지수 8000선이 붕괴되면 당분간 약세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국내외에서는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증시의 상승을 보고 단기로 들어왔던 이들이 미국증시의 불안감에 놀라 더 이상 손해보기 전에 매수분을 털어낸 것으로 추측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시장에서 최근 4거래일간 연속 매수우위로 일관하며 7951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과는 다른 세력임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대우증권 심 연구원은 "최근 현물시장에서 매수세를 확대하는 외국인은 장기적인 스탠스를 갖고 '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증시의 체력이 약한 가운데 지수 선물시장에서는 단기세력이 출현하는 기미도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동양종금 원 연구원도 "코스피시장에서 매수하는 외국인과 지수선물시장의 외국인은 분명히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다우지수가 지난 10월 이후 3번째로 무너진 뒤 하락으로 방향을 잡으면 코스피시장의 '선량한' 외국인도 동요하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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