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얼굴공개, 피의자 가족 인권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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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순 가족의 인권은 무시됐다'

지난달 30일 강호순 얼굴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이후 그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강호순 사진을 공개했지만, 그로 인해 아무런 죄가 없는 가족들의 신변에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강호순의 사진을 공개한 한 언론사는 자사 사이트에 "지난 2004년부터 '인권 수사'가 강조되면서 피의자들이 언론에 노출될 때 마스크를 씌워주는 관행이 생겨났다"면서도 "반인륜범죄자들의 얼굴은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현행법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 모습을 공개하지 말아야 하지만, 자백 등으로 범죄 혐의가 명확히 입증된 경우에는 공익을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을 반영한 셈이다.

반면 사진 공개에 부정적인 언론들은 피의자 가족에게 보복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일보는 2일 "본보는 피해자 가족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며, 사진 공개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 역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진 공개에 따라 얻어지는 공익과 이를 위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둘러싼 국민적 합의가 아직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 사진공개 반대를 명확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호순의 실체가 공개된 이후 일부 언론에는 그의 아들의 담임교사 인터뷰 내용이 소개되는 등 자녀들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강호순이 첫째 부인과 결혼해 낳은 두 아들(15, 13세)을 비롯해 둘째 부인 사이에 둔 8살짜리 아들까지 세 자녀가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게 될 지 등과 관련된 글들이 올라오면서 이들에 대한 신변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도 강호순 사진 공개는 부적절했다는 글을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피의자의 가족 등에게 보복이 가해지는 등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음 아고라에서 필명 동해의아침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강호순 아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친구들이 그 사진을 보고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강호순보다 주변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그의 사진은 공개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필명 하늘은 "피의자가 이미 구속된 상황에서 사진공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그의 가족들이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데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 지 걱정 된다"고 글을 올렸다.

한편 강호순 사진 공개 이후 그의 아들이 운영하던 미니홈피에는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욕설이 올라왔고 현재 폐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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