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은 옷 벗겠네, 삼성 6.4조 틀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2.0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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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4.1조)UBS(-2.3조) 실적전망 '천양지차'

차이가 나도 이렇게 날 수 있을까.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이야기다. 어느 증권사는 4조1120억원 흑자를 예상한 반면 2조3000억원의 적자를 전망한 증권사도 있다. 두 증권사의 추정치 차이가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4조1300억원)보다 많을 정도다. 그만큼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한 이후 각 증권사들의 올해 삼성전자 실적 추정 변경이 일단락됐다. 대부분 증권사가 올해 추정 실적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본지가 28개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추정치를 종합,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증권사간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상하 범위가 무려 6조4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래표 참조)흑자를 예상한 곳이 24개로 절대 다수지만 흑자 규모는 증권사별로 4조원 이상 편차를 보였다. 사실상 컨센서스가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증권사별로 추정치가 각양각색이다.
"한명은 옷 벗겠네, 삼성 6.4조 틀려"


특히 키움증권과 UBS는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키움은 올해 삼성전자가 4조11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UBS는 2조3000억원의 영업적자를 전망했다. 두 증권사의 차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V자형'이냐 아니면 'U자형'이냐에서 비롯된다. 키움은 V자형인 반면 UBS는 U자형이다.

키움은 94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가 삼성전자의 실적 저점으로 분석했다. 1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회복, 2분기에는 흑자전환, 3분기부터는 다시 조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연간 영업이익 3조6800억원을 예상한 삼성증권도 키움과 같은 V자형 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비록 1분기 실적 역시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의 업황 회복에 기인해 올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UBS는 D램, 낸드플래시, LCD 등 삼성전자의 주요 제품의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적자가 더 확대(-1조3000억원)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의 저점이 키움과 달리 올해 1분기가 될 것이라는 것. 또 2분기부터 적자폭이 줄어들겠지만 흑자전환은 4분기에나 가능하고 그나마 소폭(46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특히 "글로벌 경제 전망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추정을 더 하향 조정할 만한 리스크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UBS의 절반 수준이지만 약 1조원의 연간 적자를 예상한 한화증권은 "지금은 삼성전자 자체 경쟁력보다는 거시경제 환경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IT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지 못하면 삼성전자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차이에 대해 삼성전자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불확실하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증권사별 추정치를 비교해 보면 1분기보다는 2분기, 2분기보다는 3분기에 더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증권사의 삼성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는 "그만큼 삼성전자의 앞날이 안개 속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D램이 1기가비트 기준으로 연간 30억개에 달한다"며 "연평균 D램 가격에 대한 추정이 0.5달러만 차이가 나도 매출액이 15억 달러 벌어지고 이는 낸드플래시, LCD 등도 마찬가지"고 설명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시간이 지나면 증권사들의 추정치 차이가 줄어들겠지만 사실상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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