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 과연 가능할까?

김태규 새빛인베스트먼트 상임고문 2009.01.2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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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열심히 금리를 낮추고 있어 조만간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 것이고, 그렇다면 그 돈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결국 주식이나 부동산으로밖에 갈 곳이 없다. 따라서 유동성 장세가 올 것이라는 얘기가 제법 귓전에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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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말만 들으면 제법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 경제채널에서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그렇다면 지금 미리 사놓고 유동성 장세가 오기를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단적으로 말해서 섣부른 판단 또는 막연한 기대감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종합지수가 낙폭 과대에 따른 자율 반등 수준이 아니라, 시중에 남아도는 돈의 힘으로 예컨대 1600 포인트 수준까지는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것인데 적어도 금년 상반기 중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하할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동안만큼은 유동성 장세가 오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미국이 금리를 제로 베이스로 이미 낮춘 상태이고 또 다른 대안으로 재정지출을 더 늘리려는 법안을 상정 중이다. 이 또한 그렇다. 정부가 돈을 더 공급하는 동안은 적어도 유동성 장세는 없다.


금리를 계속 낮추고 심지어 직접 돈을 찍어 낸다는 것은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상황의 반증인 것이다. 돈이 돌지 않는데 무슨 유동성 장세가 있겠는가.

그래서 금리는 그 자체의 수준보다도 방향이 중요하다. 따라서 금리 인하가 진행되는 동안, 즉 금리의 방향성이 밑으로 가는 동안에는 유동성 장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중앙은행이란 곳은 시중에 돈이 원활하게 돌고 있다고 판단되면 일단 금리를 올려도 되는지를 먼저 타진한다. 중앙은행의 일차적 임무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조직이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2009 년 중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했지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유동성 장세는 없다, 특히 상반기 중에는 그렇다.

그렇기에 유동성 장세 운운하는 얘기는 스스로의 식견으로 예측하기 보다는 한국은행의 금리 운용 방향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금리를 급격하게 내리고 있는 시기는 증시가 겨울의 문턱으로 막 들어서고 있는 시기라 보면 된다. 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은 시장에 겨울 한파가 연이어 닥치고 있다는 것과 동의어인 것이다.

재미난 점은 겨울이라는 비유가 무척이나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겨울이라고 증시가 일률적으로 하락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겨울에도 삼한사온이 있듯이 수시로 반등도 하고 다시 하락도 한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인 유동성 장세는 아직은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동성 장세는 언제 가능한 것일까?

한은이 금리인하 추세를 멈추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그 시기가 언제일 지는 모르지만 일단 금리인하가 멈춘다는 것은 시중에 드디어 돈이 돌기 시작한다는 것이고 신용경색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전 산업에 대해 살생부를 작성하니 구조조정을 한다는 등의 얘기가 들리는 데, 이는 돈이 돌고 있지 않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다음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렵긴 해도 산업과 경기의 바닥이 오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돈들이 드디어 갈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그 시기가 언제일이지 모른다.

그러나 채권시장을 보면 그런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용 스프레드가 낮아지는 것이 유동성 장세의 전조 현상이다.

그 때가 바로 겨울의 복판을 지나 봄으로 가는 길목에 접어드는 때인 것이다. 여전히 냉랭하고 엄동설한이지만 어느새 땅 밑에서는 새싹들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때가 올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도 제법 강한 반등장세는 있을 것이다. 그것은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이만하면 바닥이 아니겠느냐 또는 유동성 장세가 가능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장세인 것이다.

흔히들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물론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근본은 역시 사실적 지표들이 호전되어야만 제대로 된 유동성 장세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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