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주는 기관용, 개인은 재미없다"

백 운 한가람투자자문 최고운용책임자 (상무) 2009.01.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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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 인사이트 ]

"방어주는 기관용, 개인은 재미없다"


금융위기는 없겠지만 추가 상승여력은 크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상승 기대에도 불구하고 취임식 첫날부터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유럽 금융기관들에게서 촉발된 2차 금융위기를 두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차 금융위기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각국 정부는 발권을 통해서라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금융기관들의 연쇄 충격을 막을 것이다. 미국 정부도 정부은행 설립을 통한 부실자산 매수라는 직접 지원으로 선회했다.

결국 이번 위기는 재정의 투입과 해당 금융기관 주가 하락으로 정리될 것이다. 미국 시가총액 중 금융업의 비중은 작년 10월 20%에서 최근 8%로 하락하여 금융기관의 주가 하락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완화되었다.



금융위기가 극복된다면 작년 10월의 저점이 유효하고, 현재 주가는 2009년 P/E 10배 내외에 불과하므로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2009년 영업이익을 전년수준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동 전망치는 작년말 빠르게 하향조정되다가 최근 안정된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글로벌 경제상황을 볼 때 10% 이상 감소할 것이다.



둘째, 경제의 조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인 소비 확대에 나설 여력은 크지 않다. 기업과 가계는 디레버리징 중이어서 소비여력이 없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던 당시 1조달러 내외로 추정되던 금융기관 손실액이 루비니 교수의 언급처럼 3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되면 정부의 재정여력은 더 악화될 것이다.

셋째, 무제한으로 풀린 유동성 때문에 경기가 호전되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경기가 부진하면 유동성 함정의 위험이 있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덜고 소비를 살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용납하겠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통화 환수 때문에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다. 상당히 정교하고 적절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넷째, 새로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구축을 기대하기 어렵다. 2차 대전 승전으로 미국이 얻은 최고의 전리품은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가 되었다는 점인데 이 권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은 각국이 분할하여 부담하게 될 것이다.


시각을 국내로 돌려보자. 외환 및 카드 위기로 기업과 가계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일부 자산의 버블은 경제적으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 선가의 하락을 예상하지 못하고 대규모 증설을 한 조선업, 수요 예측과 구조조정에 실패한 건설업, 대출을 너무 늘린 은행업 등을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제 둔화의 충격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의 내수 부양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결국 주식시장은 지루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각국 중앙은행이 실패하거나 시장이 중앙은행에 대해 신뢰하지 못할 경우 재차 하락의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의 매도가 완화되었지만 강력한 매수주체로 나설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위기에는 기회도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 임박한 반도체, 환율 때문에 경쟁자인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상실된 기계 및 IT 부품,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는 단조업, 크게 늘어날 글로벌 SOC투자와 관련된 기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시대를 대비해 상품관련 종목도 관심이다.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경기 방어주는 기관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지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절대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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