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한주택보증 광주지점은 '대주피오레' 아파트 계약자들의 문의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이 곳은 대주건설이 시공하는 11개 주택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다. 고객관리팀 직원 4명이 다른 업무를 중단하고 전화를 받았지만 역부족. 점심 식사는 고사하고 화장실도 맘대로 못간 채 전화 응대를 했지만 "왜 이렇게 전화 연결이 안되냐"는 계약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된 A사 관계자는 "하루 20∼30통 선이던 계약자들의 전화가 300통 넘게 걸려왔다"며 "워크아웃은 부도가 아니며 공사는 문제없이 진행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해약해 달라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택보증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고사업장 분류나 환급 이행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막무가내로 분양금을 돌려달라는 계약자들이 많아서다. 주택보증은 건설사 부도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거나, 공사지연으로 실행 공정률이 당초 계획보다 25%포인트 이상 낮을 경우에만 아파트 분양금을 환급하고 있다.
주택보증 관계자는 "분양금을 날릴까봐 노심초사하는 계약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환급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며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건설사들은 대부분 회생절차를 밟는 것인 만큼 안심하고 중도금을 내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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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약 요구나 중도금 납부거부 움직임은 확산될 조짐이다. 용인에 위치한 C아파트를 분양받은 수요자는 "구조조정되는 건설사를 어떻게 믿고 추가로 중도금을 내겠냐"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집단으로 해약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에 들어설 D아파트 계약자도 "제대로 지어질 지 몇 년간 불안에 떨 생각을 하니 너무 답답하다"며 "차라리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발을 빼고 싶다"고 토로했다.
구조조정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는 사실상 판매가 중단됐다. 최근 분양가 할인,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쏠쏠하게 미분양을 팔았던 건설사들도 구조조정 업체로 분류된 후 단 한 건도 팔지 못하고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퇴출이든, 회생이든 빠른 시일내에 결정해야 한다"며 "자금지원 등 구체적인 회사 정상화 방안을 나와야 계약자들이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