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 관료 전면 배치..호흡 '척척'

여한구.박재범 기자 2009.01.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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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윤진식, 진동수 등 재무부 출신으로 진용 꾸려

'1.19 개각'으로 진용을 새로 짜게 된 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팀에 가장 요구되는 항목은 '신뢰'와 '호흡'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수장으로 한 1기 경제팀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한 이유는 경제팀 수장들 사이의 불협화음이 자주 노출된 것도 주요 원인이었다.

경제팀간 주파수가 맞아야만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단축될 것이다. 청와대도 이런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의 부활=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가 이번 개각으로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는 옛 재무부를 뜻하는 영문 약자 '모프(MOF)'와 마피아를 합해 만든 조어인 '모피아'로 불린다.

재무부 출신에 대한 반감으로 '모피아'로 불리긴 하지만 전문성과 강한 응집력, 추진력이 탁월해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을 받는다.



거시경제 정책과 금융정책을 책임지며 경제정책을 양분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진동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모두 재무부 출신이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경제정책을 보좌하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재무부 출신이다. 행시기수로는 윤 후보자가 10회, 진 후보자가 17회, 윤 수석이 12회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19회)과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22회)도 재무부 때 윤 후보자와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여기에 집권 여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이한구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포함하면 정부와 여당의 핵심 경제 라인이 모두 재무부 출신으로 구성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탁월한 카리스마를 지닌 윤 후보자가 재정부를 효과적으로 통솔해가며 정책 조율을 할 것으로 전망이 많다. 특히 윤 후보자와 진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로도 엮여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학 동문들을 잘 챙기는 강만수 장관이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재무부 '대부'이자 역시 서울대 법대 출신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증현 연출력 시험대에=새로 출범하는 2기 경제팀은 심화되고 있는 경제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면서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놔야할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답보상태인 기업 구조조정도 무리 없이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터를 닦아 놓은 1기 경제팀과의 정책 연속성도 중요하다.

이를 위한 경제정책 조정은 매주 개최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총감독'격인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살린 정책이 마련돼 결정되면 경제팀의 수장인 윤 후보자가 '연출자' 역할을 하게 된다.



윤 후보자와 진 후보자 모두 추진력 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책집행의 속도도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강만수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처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삐걱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기 경제팀은 관료 출신인 강 장관과 민간 출신인 전 위원장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마찰을 빚어 삐걱대는 모습을 자주 노출해왔다.

새 경제팀은 한국은행과의 관계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은 환율과 금리 정책을 놓고 이성태 한은 총재와 수차례 갈등을 빚었지만 최근엔 이 대통령이 직접 조율자로 나선 만큼 표면적인 이견은 드러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한은도 물가안정보다는 경제회복이 급선무라는 점을 인정하고 금리를 사상 최저로 내리는 등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뼈대는 이미 마련돼 있어 향후 세부적인 정책들을 얼마나 세련되면서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인지가 새 경제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가 일원화되면서 재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새 경제팀이 호흡을 잘 맞춰 구조조정 작업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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