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룸에서 대우조선 매각 조율하라”

더벨 김민열 기자 2009.01.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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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M&A/한화의 클로징리스크]명분보다 경제논리로 풀어야

이 기사는 01월15일(08: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비상경제정부’를 선포, 곧바로 청와대 지하벙커에 ‘워룸(전시작전상황실)’을 가동했다. 지난 8일 실물경제 활성화를 의제로 열린 첫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부터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욱 치밀하고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워룸’을 가동할 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실물경제 침체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채권을 사들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인 대우조선해양 (32,500원 ▼100 -0.31%)(DSME)이 대표적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그룹은 당초 예정했던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자 분할매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매각책임을 맡은 산업은행(KDB)은 “인수에 임하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새로운 자금조달 계획서를 낼 것을 되풀이하고 있다.



DSME 매각이 꼬이게 된 건 경제상황 때문이다. 자본확충이 시급한 은행과 국민연금 등 자본시장의 큰 손들이 돈 주기를 꺼리고 있다. 상대방이 한화라서가 아니다. 포스코나 GS도 수조원대의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자금조달 통로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그룹이 계획했던 차입(Debt Financing)은 물론이고 에쿼티 파이낸싱(Equity Financing) 역시 수익률을 맞추지 못해 무산됐다.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담보를 쥐어주려 했지만 부동산 담보가치마저 형편없어 떨어져버렸다.

경제상황이 급변했지만 매각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은행(KDB)의 태도는 여느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외형상 한화그룹과 약속한 본 계약 체결시한을 한달 늦추고, 자산매입이라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의 활동이 저조한 1월 한달 동안 시한을 연장한 점이나, 인수가격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자산매입을 제안한 것은 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절박함이 부족해 보인다.


산은 내부에서는 상대가 한화라서 딜이 안되고 있다는 분위기마저 팽배하다. KDB의 주장처럼 한화그룹이 DSME와 모든 계열사를 바꾸겠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코나 GS였다면 KDB의 뜻대로 딜이 끝났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재매각을 했을 경우 6조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요원하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DSME 매각문제를 지금이라도 ‘워룸’에서 다뤄야 하지 않을까. DSME는 단순히 KDB와 한화그룹간 개별협상이 아니라 시장을 대표하는 딜이기 때문이다. 만약 DSME 매각이 실패로 끝날 경우 투자자들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연일 돈을 풀고 있지만 실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매각여부를 결정할 때 유념해야 할 제1원칙은 매각을 포기했을 때 6조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정성, 투명성 등의 명분이 경제적 논리를 뛰어 넘기에는 국민혈세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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