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보호'를 뼈저리게 반성한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CEO연구포럼 연구위원 2009.01.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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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과욕이 세계경제 파탄 불러

'과보호'를 뼈저리게 반성한다


세계가 경제파탄으로 허둥대고 있다. 모든 지표들이 하나같이 암울하다. 게다가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회조사' 결과 보고를 보면 정말 비참해진다. 60대 기성세대로서 뼈아픈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둘만 낳아 잘 기른'(?) 청년 자식세대들의 의식구조 때문이다.

조사보고에 따르면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그들의 대학교육비(98.6%)와 결혼비용(88.8%)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성인이 되고도 취직 못한 자녀의 용돈까지 대줘야 한다는 응답도 71.2%에 달했다.



반면에 노부모를 자녀가 봉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2002년 70.7%에서 2008년 40.7%로 뚝 떨어졌다. 이런 추세로 10년만 더 가면 아예 어느 누구도 노부모를 부양치 않겠다고 할 것이다.

바야흐로 늙은 부모를 내다 버리는 '고려장'이 사회 전반에 걸쳐 '대한민국장'으로 환생할 기미다. "인기 있는 시아버지 조건으로 이자나 연금 생활자에 건강한 실직자여야 한다"는 농담도 돌고 있다. 그래야 돈들이지 않고 자기들의 아기를 키워 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교육 일번지라고 알려진 강남의 어느 동네에서는 유치원 입학 자격이 '할아버지 재력 순서'라는 웃지 못 할 소문도 있다.



◆청년실업의 실상을 헤치면 사회의 병폐가 보여

청년 실업의 실태도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맹랑한 데가 있다. 실업 또는 미취업상태거나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한 '사실상의 백수'가 2008년 12월 말 현재 275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통계청은 밝혔다. 외국인근로자는 100만 명을 돌파한 지 오래다.

한국인들은 3D업종을 너무 빨리 버린 게 아닌가 싶다. 공식 실업자 75만 명, 실업률 3%라는 수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최근 4개월간 구직활동을 한 사람들 만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청년백수 대부분이 대학원 등에 적만 올려놓은 채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족', 공무원 시험준비생인 '공시족', 배우지도 고용준비도 않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등 엄마 주머니 안에서 얹혀사는 '캥거루족' 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중소기업도 지방근무도 저임금도 싫다"는 부모와 청년들 모두의 짝짜꿍 결과이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는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신이 내린' 공기업 취직을 권하세요." 청년 백수들의 핑계다. 설령 이름 없는 중소기업에 취직했다한들 그들은 어차피 더 좋은(?) 직장을 향해서 뛰쳐나갈 '메뚜기족'들인 것이다. 그래서 실업자는 많고 인재는 없다고 아우성들이다.

이러한 괴기스런 현상은 '돈 중심', '물신주의(物神主義)'의 만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중심'은 자취를 보기 힘들게 됐다. 물론 치매와 중풍의 노부모를 모신 아름다운 사람이야기도 있다.

◆과생산, 과소비, 과경쟁 등 과욕이 세계경제 파탄 불러

"사람들은 제가 부모님을 돌봤다고 생각하시죠. 사실은 정반대였습니다. 부모님이 오히려 제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었던 거예요." 얼마 전 삼성효행상을 탄 가수 현숙씨의 증언이다. 필자 역시 치매와 중풍으로 고생하신 90세 노모를 10년간 수발했기에 그 어려움이 얼마나 진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이 있어 견딜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여하간 사실을 고백하자면 우리 60세 전후 세대들은 '사람'들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너무나 척박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자식들을 '사람'으로 키워내는 데 실패했다. 우선 절대 가난을 극복하려고 돈 벌기에 눈이 멀었다.

또 바쁘다는 핑계로 장난감과 돈으로 자녀에 대한 사랑을 대신했다. 과보호(過保護)가 사랑인줄 알았다. 무작정 공부만 시키면 좋은 줄 알았다. 결국 과학벌(過學閥)주의를 낳았다. 내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위장전입'을 했거나 돈을 변칙적으로 주기 위해 '위장취업'을 자행한 대통령 후보도 문제가 될 수 없었다.

과소비(過消費), 과생산(過生産)이 미덕인 줄 알았다. 과섹스(過sex)는 정자부족증을 낳았고 과식(過食)은 비만을 낳았다. 내 것을 쟁취하기 위해 상대방을 배려할 수 없는 과투쟁(過鬪爭)의 체질이 되었다.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가 따로 있는 줄 알고 들쥐떼처럼 몰려 다녔다. 과경쟁(過競爭)을 자유라는 미덕이라고 믿게 됐다. 과년(過年)한 노총각, 노처녀 자식들에 대해 속 썩으며 끼고 사는 팔자가 됐다. 무엇이든 '거품'이 되어갔다. 과욕(過慾)이 부른 부동산 투기, 증권 투기 때문에 세상이 무너졌고 사람은 사라져갔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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