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회장인데" "뚝", 장난전화 아니었네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9.01.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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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생존백서-아찔했던 순간]④윗 분 모시기에 대해

"나 회장인데" "뚝", 장난전화 아니었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신입사원에게 '인간관계 함수'는 현실로 닥치는 가장 큰 난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대접만 받고 존중받으며 성장해온 사회 초년병들은 위계질서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윗분'이라는 현실은 넘어야할 첫째 관문이다.

군대를 겪은 남자들의 경우 여자보다 사정이 낫지만 여자들은 이 분야에 더 취약하다. 사회에 나오면 '게임의 룰'이 달라진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특급호텔 예약부에서 근무하는 A씨.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전화를 받으며 객실, 연회장 등 예약업무를 진행하는 게일과다.



하루는 "나 OOO회장인데. 총지배인 좀 바꿔요"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상대가 밝힌 이름 석자는 그룹 총수. A씨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장난전화라 생각하고 끊어버린다.

전화는 또 걸려왔다


"나 OOO회장인데"

설마하며 또 다시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다음 날 회사가 발칵 뒤집어졌다. 회장을 사칭한 장난전화가 아니라 회장이 직접 전화를 한 게 맞았던 것. A씨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후회막급이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유통업체에 입사한 정씨. 하루는 '임원'과 함께 회사 행사장을 찾을 일이 생겼다. 택시를 타고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임원이 본인 차를 몰고 가겠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다.

임원과 함께 주차장에 갔고 임원이 운전석이 앉았고 정씨는 별 생각없이 뒷자리에 에 앉는다.



그때 날라 온 한마디. "내가 네 운전기사야?"

사회 초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차 자리에도 '급'이 있다. 운전기사가 있을 경우, 운전석 대각선 맞은편이 최고 '상석'이다. 그 다음이 상석 옆자리고 조수석 순이다. '윗분'이 직접 운전을 하는 경우, '막내'는 조수석에 앉아야한다. 윗분 옆에서 '보조'를 맞춘다는 뜻에서다.

#상생경영이 화두인 요즘, 회사 '사장님'이 협력업체 사장들과 함께 교류행사가 벌어졌다. 홍보 업무를 맡고 있던 배씨. 직접 현장 진행을 맡고 행사 사진도 찍었다. 입사 후 처음 맡는 큰 행사였지만 별 탈 없이 잘 진행돼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런데 안도는 잠시. 그날 결정적 실수를 남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속이 시커멓게 탔다.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세상에 사진 속 '사장님'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것. 초점이 잘못 맞춰져 사장님은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협력업체 사장만 부각돼 있었다. 애꿎은 카메라 셔터만 눌러 볼 뿐, 이미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남자 부하와 여자 상사간 벌어지는 해프닝도 빼놓을 수 없다.

패션업계에 근무하는 한씨. 회사에서 삼삼오오 모이면 으레 '뒷담화' 분위기가 연출되기 마련. 하루는 여자 상사와 다른 몇몇과 나누는 뒷담화에 끼게 됐다. 그런데 며칠 후. 여자 상사가 그날 뒷담화의 주인공과 '단짝'이 돼 나타났다.



한씨는 "여자들은 뒷담화 후에도 얼굴색 변화없이 상대를 대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남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앞뒤 안가리고 동참했단 낭패 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 어렵다는 취업전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전씨. 하루는 회사 행사가 있어 참석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된다. 행사 당일 날. 전 씨는 행사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행사 시작 시간도 임박했고 마지막 정리는 하는 순간 전씨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사물이 있었는데….

바로 '한 여인'이었다. 전씨 또래의 젊은 여자가 아니었다. 30대 후반 쯤 돼 보이는 성숙한 여인이었다. 세련된 스타일과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아한 자태가 전씨의 눈을 사로잡아버렸다.



나이에 비해 군살 없이 쭉 빠진 몸매에 도도한 느낌까지. 전씨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여인의 위, 아래를 빛의 속도로 훑어보며 무아지경에 빠졌다.

바로 그 순간, 전씨는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 여인의 옆에 '회장님'이 나란히 섰다. 그렇다. 그 여인은 '사모님'이었다.

순간 전씨는 '미혹'의 시선을 거두고 오너 일가를 못 알아본 자신을 탓하며 혼자 놀란 마음을 수습했다.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이씨. 매일 쏟아지는 업무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그날따라 자꾸 일이 꼬여서 신경 쓸 일은 많아지고 일은 진행이 안되고 속이 상할 대로 상했다. 일은 안되고 짜증은 늘어만 가고.

그때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한 분이 사무실에 들어선다. 잠바(점퍼) 차림이 딱 아저씨 같다.

"나, OOO인데..."
퀵 배달하는 분인가. 속으로 생각하며 박씨가 내 뱉은 한마디.
"누구신데요."



퉁명스러움과 짜증이 섞인 말투였다. 그 짜증의 말투는 두고두고 회한과 상처를 남기게 되는데. 그 분은 다름 아닌 건설 쪽 계열사 사장님이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머리털이 쭈뼛 섰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박씨는 중견 패션업체에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소위 '예술한다'는 패션 디자인 업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 지금은 웬만한 일에 놀라지도 않는 강심장이 됐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벙어리 냉가슴 앓던 신입 시절이 있었다.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모든 게 새로웠고 '콧대 높은 언니들'이 가득한 디자인실은 그야말로 공포의 무대였다.



입사 첫날, 서류 때문에 복사할 일이 있어 복사기 옆에 갔는데 복사기 사용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그 복사기가 그 복사기 일텐데 좀처럼 사용이 쉽질 않았다. 그때 복사기 옆을 자기 또래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지나가자 힘을 내서 도움을 청한다.

"저.. 죄송한데요. 이 복사기 어떻게 써요?"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니라 '썰렁한 기운'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도대체 얘는 뭐야?"라는 상대의 표정에 복사기 쓸 줄 모르는 것도 서러운데 더욱 서러워졌다.

결국 상대는 냉랭한 표정으로 다가와 복사 버튼을 눌러 시범을 보이고 사라졌다.



이렇게 도와 줄 거였으면 웃으면서 도와주지 자기가 뭔 '얼음공주'인줄 아나 속으로 욕하면서 복사해서 챙긴 서류를 들고 디자인실 실장, 팀장 등과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선 순간, 머리가 쭈뼛 섰다.

알고 보니 그 '얼음공주'는 디자인실 실장이었다. 또래로 봤는데 자신보다 무려 열 살 이상이나 많은 동안 '실장님'이었던 것.

#대기업 비서실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씨. '의전'은 기본. 각종 행사 참석 시 정확한 동선 확보, 치밀한 사전 계획 및 예행연습, 근거리 보좌 등 항상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업무에 만전을 기해왔다.



의전의 진검승부는 상가집에서 가려진다. 변수가 워낙 많아 시간과 동선을 예측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직도 당시 상사가 자신에게 해준 조언을 기억하고 있다.

"의전은 시스템입니다. 승률 100% 불가능하더라도 99.9%를 목표로 최대한 시스템을 만들어야합니다."



회사 생활은 기본적으로 직급 체제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서열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 사내 인트라망을 통해 임직원들의 신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시간 날 때마다 임,직원들을 조회해서 미리미리 얼굴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키워 상사를 잘 익혀두는 센스는 두말하면 잔소리.

코오롱 인사팀 장진아 과장은 "회사 안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범위를 자신이 속한 부서의 사람들에게만 한정짓지 말고 직접적으로 업무 관련이 없는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먼저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입사원의 경우는 사내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밝은 미소로 먼저 인사하는 자세를 갖는 것도 실수를 줄이는 한 방법이라며, 사내 인적 네트워킹은 향후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업무역량 강화에 잠재적인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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