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마(魔)의 1200고지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1.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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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돌파 여부 관심 집중…기업실적 등 펀더멘털 관건

코스피지수가 6일 종가 기준 1200선 회복에 실패했다. 2전3기다.

장중 1203.59까지 오르면서 종가 1200선 돌파의 기대감을 모았지만, 개인의 거센 매도세를 버티지 못하고 3번째 쓰러지며 재도전을 노려야만 했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1200선은 단순히 지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종가기준으로 회복했다면 지난해 10월20일(1207.63) 이후 2달 반만에 1200고지를 재탈환 셈이 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9월16일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1400선에서 급격히 내림세를 탄 뒤 10월20일까지 1200선을 지지대로 삼아 신용위기의 거센 파도를 버텨나갔다. 그러나 10월 말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급격히 대두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불안해져 10월27일 장중 892.16까지 곤두박질쳤다.

1200선을 한번 내준 코스피는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을 잃어 12월말까지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1120선에서 맴돌다 2008년을 보냈다.



연초 들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200선 회복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5일(1217.82)과 12월22일(1201.14)에 이어 이날 1203.59를 장중에 기록하며 종가 1200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켜켜이 쌓인 매물벽 앞에서 좌절한 것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지수 구간별 매물을 살펴보면 1150~1200포인트 대에 27.64%가 집중돼 있다. 지난해 10월27일 전저점인 892.16포인트에서 이날까지 34.5%가 올랐지만, 쏟아지는 매물에 1200선 돌파는 번번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전체 매매량 가운데 평균 64% 가량의 매매비중을 차지한 개인들이 1200선에 다다르면서 순매도세를 강화해 1200선 돌파와 안착에 시련을 주고 있다.

개인들은 이날 1998년 이후 역대 4번째인 7526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최근 5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며 1조7544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신용위기와 경기침체로 기관과 외국인이 매수에 적극 나서지 못한 사이에 '사자우위'에 집중했던 개인들이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서 차익실현 물량을 대거 내놓고 있는 것이다.

1200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편에서는 1200선을 올라서면 매물대가 옅어져 쉽게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다른 한 편에서는 1200선 돌파는 이뤄지겠지만, 여전히 기업실적의 악화 예상과 경기침체 여파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아 안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돌파 이후 상승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1200선을 뚫고 나면 1200선~1280선까지는 전체 매물 가운데 3.7%, 1280선~1350선까지는 4.4%에 불과하다. 때문에 1200선을 꿰뚫고 나면 1350선까지는 매물 부담이 덜해 약간의 수급만 뒷받침되면 코스피의 큰 폭 상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9,220원 ▲120 +1.32%) 리서치센터장은 "100년만의 위기에 맞서 글로벌 각국이 100년만에 있을까 말까한 대책을 내놓는 마당에 외국인과 기관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정책 모멘텀에 한숨 돌린 외국인들이 그동안 많이 내다판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과정에서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센터장은 "당분간은 정책 기대심리로 반등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며 "매물벽이 쌓인 1200선을 뚫고나면 적어도 1350까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1350선은 전저점인 892선의 51.3%에 해당한다. 전 저점에서 절반 이상 오른 시점에서는 향후 정책변수와 경기침체 등을 저울질하면서 방향성을 탐색할 것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예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46,650원 ▼850 -1.79%) 투자정보파트장은 견해가 조금 다르다. 1200선을 돌파하더라도 펀더멘털이 뒤를 받쳐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착에는 애를 먹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 파트장은 "외국인들이 전기전자(IT)와 금융의 대형주를 사들이면서 매수세를 이어가는 것은 순환매 차원의 모멘텀 매매 성격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설과 증권 등이 반등하는 가운데서도 IT와 자동차가 묻혀있었지만 연말 재고조정과 D램 가격 반등, 미국의 자동차업계 부진의 반사이익을 노리는 국내 자동차 종목에 순환매가 몰리면서 단기적인 반등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IT와 자동차는 코스피시장에서 12%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대형 종목에 매기가 몰리면 코스피지수의 상승폭도 크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오 파트장은 "1200선 돌파는 현재 분위기로 가능하겠지만 안착은 미지수"라며 "돌파했다 눌리면 박스권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안착에 성공한다면 120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하면서 교두보로 삼아 추가 상승에 탄력을 받겠지만, 기업실적 예상과 경기 등 펀더멘털 환경이 자신있게 코스피지수에 힘을 실어주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했다.

오파트장이 내다보는 최근 증시의 반등선은 주당순자산가치(PBR)에 근접한 1240선이다.



1200선을 넘어 오름폭이 커지든, 박스권에 맴돌든 간에 전문가들이 코스피지수의 도약에 필요한 선결과제는 1200선 돌파다. 이번 주 안에 코스피지수가 1200 고지를 돌파할 지 여부에 초점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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