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또 팔아도' 갈길 바쁜 AIG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8.12.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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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자산 매각+리텐션 프로그램 분주..투자자들은 '냉담'

세계 최대 보험회사에서 정부의 구제 금융에 의지해 간신히 생존하고 있는 신세로 전락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정부 대출을 갚기 위해 자산 매각을 서두르는 한편 경쟁사로 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규모 자금 투입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이 무색하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팔고 또 팔고', 자산 매각 잇따라=22일(현지시간) 포브스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AIG는 자회사인 하트포드 스팀 보일러(HSB)를 독일 재보험사인 뮌헨리에 매각키로 했다.

HSB는 기업의 장비 고장 등에 관한 보험과 재보험을 제공하는 업체이다.



매각대금은 7억4200만달러로 AIG가 8년전 인수당시 지급한 금액의 3분의2 수준이다. AIG는 지난 2000년 12억 달러에 HSB 인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AIG가 자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를 헐값에 매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AIG의 자금 사정이 급하다는 것이다.

AIG는 또 홍콩 법인인 AIA의 지분 매각과 함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AIG는 홍콩 자회사인 AIA홍콩법인과 AIA버뮤다법인의 합병과 함께 지분의 최대 49%를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할 계획이다.


AIG가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후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달 초에는 프라이빗뱅크(PB) 사업 부문을 아부다비 소재 아바인베스트먼트(Aabar Investments)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AIG 이밖에 미국내 개인보험 부문 매각 협상을 진행중인 한편 일본 내 계열사인 알리코 재팬, AIG 에디슨 라이프 인슈런스, AIG 스타 라이프 인슈런스 등 3개 생보사도 처분할 방침이다.

◇"인력누수 막아라" 대규모 자금 투입=AIG 경영진은 전방위적인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인력 누수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적어도 20명 이상의 AIG 매니저가 경쟁사로 이직했다.



핵심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리텐션 프로그램' 도입을 주장해 온 해 에드워드 리디 AIG 최고경영자(CEO)는 결국 '없는 살림'에 4억5000만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다.

리디 회장은 자산을 매각해 정부의 대출금을 갚는 것만큼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게 하기 위해 추가로 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7000여 명의 직원들이 연봉의 네배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한편 잇단 자산 매각 소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HSB의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지난 22일(현지시간) AIG는 1센트 오른 1.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년전만 해도 AIG는 주당 58달러에 거래됐다.



증시 전문가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AIG의 HSB 매각에 대해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코멘트조차 하지 않았다. 매각 가격인 7억 달러는 AIG의 막대한 빚과 손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이기 때문이란 것이 비즈니스위크지의 지적이다.

AIG는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1520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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