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환경 일석이조 '생태관광' 뜬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8.12.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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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강국 코리아]4부 이제는 녹색관광시대<하-1>

# 사례1.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이 곳의 아름다운 설산을 감상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이 네팔을 향한다. 이 덕분에 네팔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다.

네팔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산업이긴 하지만 히말라야의 주민들은 관광산업이 꼭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관광객들은 히말라야 주요 등산로 숙소에 도착하면 따뜻한 샤워를 요구한다.



이들에게 따뜻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선 히말라야 산맥의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관광객 한 사람이 따뜻한 샤워를 하기 위해선 3그루의 나무를 베야 한다.

트레킹 그룹이 2주일간 사용하는 장작의 양은 이 지역 주민들이 6개월간 충분히 쓸 수 있는 양이다. 이 지역 주민 입장에선 관광산업을 위해 자신들의 난방에 필요한 나무를 베어 버려야 하는 셈이다.



이 뿐 아니다. 관광객들은 1년에 거의 100톤의 플라스틱 물병을 버리고 떠난다. 안나푸르나 등반 과정에서 관광객들은 평균 72리터의 물을 마신다. 72병의 플라스틱 병이 고스란히 등산로 곳곳에 쓰레기로 남는다. 네팔에서는 아직 플라스틱 물병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공정이 없다. (국내 공정여행 연구·캠페인 단체 '이매진피스' 제공자료)

↑ 히말라야 주변에서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 <br>
ⓒ사진제공 네팔관광청(http://www.nepal.or.kr)↑ 히말라야 주변에서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
ⓒ사진제공 네팔관광청(http://www.nepal.or.kr)


#사례2. 18홀 골프장이 푸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퍼올리는 물의 양은 평균 198만7300리터에 이른다. 이는 말레이시아 농부들 100명이 논과 밭에 대야 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골프장이 유지되는 동안 물을 필요로 하는 주변 사람들은 안전한 식수를 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골프장 외에도 관광 휴양지가 들어서면 관광객이 샤워를 하거나 수영을 즐기기 위한 물이 상시적으로 필요하다. 인도 고아의 5성급 호텔 하나는 그 지역 5개 마을이 사용하는 양의 물을 소비한다. 이 호텔 투숙객들은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전기량의 28배를 소비한다.(국제생태여행협회의 생태여행 백서 중)


◇'지구를 죽이는 여행'에 대한 반성, '지구를 살리는 여행' 뜬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환경은 물론 지역 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지구를 죽이는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반성이 '지구를 살리는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6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관광·여행산업의 규모는 6조5000억달러(8830조원), 전 세계 총생산의 10%에 이른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2억3000만명, 관광·여행업의 경제 규모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어느 국가들의 경제규모보다 더 크다.

1950년대 자국내 여행객을 포함한 전 세계 관광객 총수는 2500만명에 불과했지만 50년이 지난 2005년엔 8억명을 웃돌았다. 2020년 전 세계 관광객의 수는 15억6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리조트나 놀이공원 중심의 관광지 개발이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개발은 환경을 파괴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반면 환경 파괴 정도에 비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미흡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04년 발간한 '관광산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 비용의 80%가 호텔·항공사·개발사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지역 개발 효과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농·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이들은 리조트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생계를 유지할 뿐이다. 2006년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수천 명의 항구·리조트·호텔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리조트·유흥지 중심의 주류 관광에 대한 대안으로 '에코투어리즘', 즉 '생태관광' '녹색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생태여행협회(TIES)는 생태관광을 ‘환경을 보호하는 여행’ ‘지역 주민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여행’ ‘자연에 책임을 지는 여행’으로 정의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알리고 있다.

◇생태관광, 2012년까지 473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 지난달 환경재단과 일본 비정부기구 피스보트가 공동 주최한 '2008 피스 앤드 그린보트' 행사 참가자들은 일본 오키나와 이시가키 지역과 대만 기륭 지역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시가키 섬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사탕수수를 수확해 직접 흑설탕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또 대만 투청 유기농 농장에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비료로 키운 식자재로 점심식사를 만들어 먹었다.

세 자녀와 함께 이 행사에 참가한 한원형씨는 "지역을 난개발에서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유기농 농장 개발로 이어져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오는 모습을 봤다"며 "친환경 생활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고 자녀들 역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뿌듯해했다.

이처럼 여행지의 환경과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인과의 교류를 도모하는 생태관광 영역은 향후 더 빨리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TIES는 2006년 발간한 '생태관광백서'를 통해 "모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기존 주류 방식의 여행산업이 거의 성장하지 않는 데 비해 생태관광은 매년 10~12%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속가능한 방식의 관광이 2012년까지 4736억달러(643조4000만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생태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리조트와 호텔이 유망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만 공랴오 지방 철새도래지를 찾은 '2008 피스&그린보트'행사 참가자들 ⓒ황국상 기자↑ 대만 공랴오 지방 철새도래지를 찾은 '2008 피스&그린보트'행사 참가자들 ⓒ황국상 기자
◇'생태' 용어 오염 우려, 모니터링 지속 필요= 우리 정부도 생태관광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무총리실·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들은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9차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를 열고 '녹색 생태관광 자원 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세계자연유산, 람사르 습지 등 국제보호지역을 확대하고 △2012년까지 1800㎞에 달하는 생태하천 복원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며 △생태관광가이드 육성, 생태관광 인증제 도입, 생태관광의 주요 방침을 정리한 매뉴얼 보급 등 녹색관광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대량 소비 중심의 주류 관광산업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온라인 모임 '착한여행'의 김동훈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생태'라는 용어가 너무 많이 오염됐다"고 비판했다.

관광지라면 어디든지 '생태관광'을 한다고 떠벌리지만 정작 환경에 대한 고려나 지역 주민의 복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값싼 여행만 중시하는 우리 여행문화 풍토가 생태여행 정착에 장해물로 작용한다"며 "여행 소비자들의 인식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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