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나 치며 편하게 살긴 싫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12.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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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우오현 SM그룹 회장

"골프나 치며 편하게 살긴 싫었습니다"


“군자(君子)는 무일(無逸)해야 한다.” 서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회의 리더라면 절대 한가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인이 바로 그렇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조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더 바쁘다.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고….



돈 때문 만이라면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직업이다. 그런데도 굳이 험한 제조 기업 CEO의 길을 자기 발로 찾아 나선 이가 있다. 위기에 처한 제조 기업을 인수해 되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오현(55) SM그룹 회장이다.

# 제조업



우 회장은 78년 처음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광주에서 임대아파트 사업 등 건설업을 20년 이상 했다. “98년 외환위기 당시에 이대로 지방에만 머물러선 망하겠다 싶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수도권 일대에 아파트를 지어 큰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건설업에선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고 봤습니다. 여유자금을 어떻게 투자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우 회장은 인생의 큰 변화를 겪는다. “2000년 뇌종양 수술을 받았습니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봤습니다. 주위에선 번 돈으로 금융투자나 하고 골프나 치면서 편하게 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보다 더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편하게 사는 게 뭐가 좋습니까.”

위기로 인해 쓰러진 많은 제조 기업들이 그의 눈에 들어 왔다. “전통을 자랑하는 좋은 회사들이 일시적으로 힘들 때, 조금만 도와주면 회사가 다시 살아나서 몇 천명이 일자리를 잃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 회장은 2004년부터 회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지금 SM그룹의 계열사는 TK케미칼(옛 동국무역) 남선알미늄(대우라이프 합병) 벡셀 경남모직 등 16개사에 달한다. 올해 말 그룹 전체 매출액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며 전체 임직원은 2200명선이다.

# 기본



“일부에선 ‘문어발 확장’이라고 비난도 합니다. 하지만 잘 나가는 걸 인수한 게 아니라, 저는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 되살리려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수 후 구조조정을 위해 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은 한번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무조건 없애려고 하지 말고, 잘 살려서 우량 회사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건설업체을 운영할 당시엔 즐기던 골프를 관뒀다. “생산직 사원은 3교대로 일하는 데 회장이라는 사람이 골프나 치면서 ‘잘 해보자’고 직원들에게 하소연하면 그게 통하겠습니까. 계열사들이 접대를 위해 가지고 있던 골프회원권도 아예 팔아서 직원들 상여금으로 나눠 줬습니다. 진심을 가지고 노조를 설득했습니다. 한번씩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들인지라, 노조들도 경영에 잘 협조해줍니다.”

그는 제조업 경영의 본질을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라 했다. “경영은 계산입니다.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도 실전에서 계산은 잘 못합니다. 손해볼 헛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연구개발이나 신제품 개발을 멈춰선 안 됩니다.”



우 회장은 “추가로 회사 인수를 더 하지 않고, 기존 계열사도 크게 섬유, 화학, 건설 및 건축자재의 3개군으로 나눠 효율적으로 재편할 것”이라 했다. “계열사 중 가장 큰 TK케미칼은 경영효율을 더 높여 내년엔 재상장을 추진할 겁니다. 남선알미늄과 대우라이프는 합병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양사의 기술을 결합해 신규사업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고요. 또 중동과 동유럽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조업 경영을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카이스트 교수님도 만나고 책도 많이 보며,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서핑도 자주 합니다. 특히 고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일대기를 담은 책을 감명 깊게 읽었고, 강덕수 STX 회장을 정신적인 멘토로 삼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름의 최선을 다해 제가 책임진 기업들을 다시 우량한 기업으로 훌륭하게 되살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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