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길고 깊은' 침체로 간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12.0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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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Q 성장률, -5% 전망..82년 이후 최악

미국의 경제가 예상보다 길고 깊은 침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기업 서바이벌 모드' 고용이 불안하다



5일(현지시간) 발표된 고용지표가 이 같은 우려를 보다 구체화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6.7%에 달했다. 이는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비농업부문 고용은 53만3000명 감소했다. 이는 34년래 가장 빠른 위축 속도다.



하지만 이는 그나마 시간제 인력 고용이 크게 늘면서 실업률의 추가 증가를 막은 결과다. 고용시장의 실상은 겉으론 드러난 모습보다 더욱 안 좋다.

전업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증의 경제적인 이유로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의 수는 자난달 732만명까지 늘어났다. 이는 1955년 이후 최대다.

노동부는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누적 실업자수가 19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美 경제, '길고 깊은' 침체로 간다


고용시장 악화는 내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신용경색으로 미국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용 절감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손쉽고도 확실한 비용 절감 방법은 감원이다. 정부 지원에 목을 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도,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그룹 등 금융사들도 모두 내년 대대적인 추가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에게 감원은 적어도 현 시점에선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와 관련,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기업을 '서바이벌 모드'에 들어갔다"며 "현금을 지키기 위해 인건비 지출과 투자를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4분기 경제성장률, 4반세기 최악

와코비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실바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5%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82년 1분기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세다.

실바는 특히 소비자신뢰가 거듭 악화되고 있다며 올 겨울이 사람들에게 최악의 겨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난해 12월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2개월은 1982년 이후 최장기 침체 기간이다. 당시 침체는 전년부터 1982년 11월까지 16개월간 이어졌다.

◇ 빅3 시한폭탄, 일단 터지면 일파만파

월가는 그간의 구조 조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구제 노력에 힘입어 최악의 시기는 넘겼다. 월가의 감원은 내년에도 이어지겠지만 그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3사의 최악의 시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상황이 조금 나은 포드를 제외한 GM과 크라이슬러는 이미 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2개 회사는 정부의 긴급 대출이 없을 경우, 내년 초 유동성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선 GM과 크라이슬러가 정부와의 사전 협의에 의한 합의 파산을 신청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민주당과 의회가 150억~170억달러 긴급 지원에 합의하면서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 가능성은 급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 규모는 GM과 크라이슬러를 정상화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빅3는 앞서 의회에 340억달러 지원을 요청했다. 결국 다시 추가 지원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빅3가 무너질 경우, 그 후폭풍은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파장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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