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세입자에겐 넓은 집 기회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12.0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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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에 이어 전셋값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 전셋값은 중소형보다 중대형 아파트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같은 값으로 좀 더 넓고 좋은 집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또 집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굳이 '내집마련'을 서두를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집값 하락도 '남의 나라 얘기' 같아서 불안감도 적다.

반면 집주인들은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전셋값은 떨어져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는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기 힘든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른바 '역전세난'이다.



한 세입자는 "1억8000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요즘 전세 시세가 1억20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6000만원 손해를 보면서 살 수는 없지 않겠냐"며 "집주인에게 전세를 빼겠다고 했는데 답이 없어서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그는"보증금을 다 받아내서 새로 지은 옆 아파트의 같은 크기의 집으로 1억2000만원짜리 전세로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소형보다 중대형 하락폭 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전셋값이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가가 중대형을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중소형(전용 85㎡ 이하)과 중대형(전용 85㎡ 초과)의 가격차이는 147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27만원으로 좁혀졌다.

지난 3월 대비 중소형 아파트의 3.3㎡당 평균전셋값은 562만원에서 568만원으로 1.07% 상승한 반면 중대형은 708만원에서 695만원으로 -1.84% 떨어졌다.


전셋값 약세현상은 주로 신규 입주단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물량이 대거 쏟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하는 곳들은 중대형 아파트가 많아 과잉공급된 데다 전세 수요는 거의 없어 당분간 전셋값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강동구 암사동 현대홈타운의 경우 지난 3월 전셋값이 82㎡는 1억8000만원이었고 108㎡는 2억4000만원으로 무려 6000만원이나 차이가 났었다. 현재는 82㎡가 1억5250만원, 108㎡는 1억7000만원으로 108㎡가 겨우 1750만원 비싸다.

지난 10월 입주가 시작된 송파구 잠실동에 엘스(옛 잠실주공1단지)는 현재 82㎡가 2억500만원, 108㎡가 2억2000만원으로 1500만원의 차이가 났다.

잠실동 트리지움은 지난 3월 전셋값이 82㎡는 3억500만원, 108㎡는 3억6500만원으로 108㎡가 6000만원이나 비쌌지만 현재는 82㎡가 2억5500만원, 108㎡가 2억8000만원으로 2500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고 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강남권은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기존 아파트의 전세 수요가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강북권은 올 초 급격히 상승한 전세가격이 최근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매물 적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침체 따른 영향으로 수요자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으며 강북권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주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보통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재계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자금 대출도 활발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ㆍ서민주택전세자금의 경우 대출이자율은 연 4.5%다. 단 연간소득이 3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해당지역 지자체장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가구는 연 2.0%의 이자율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은 우리은행, 농협, 신한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보통 8~9%선이며 고객의 신용도나 거래내역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의 경우 올 9월 1만4704건에서 10월 1만8421건으로 급증했다가 가을성수기가 지난 11월에는 1만5126건으로 낮아졌다. 금액으로는 지난 10월 4348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11월에는 총 3555억원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증가해 보증공급의 상승추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은 집 없는 서민들이 별도의 담보나 연대보증 없이 은행에서 손쉽게 전세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해주는 제도다. 만 20세 이상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에게 신청자격이 주어지며 결혼 예정자나 소득이 있는 단독세대주도 이용할 수 있다.

개인별로 연간소득의 최대 2배, 1억원(전세보증금의 최대 80%)까지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이용자들이 대출금리 이외에 추가 부담해야 할 보증료는 보증금액의 연 0.3~0.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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