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수출 급감은 '선진국 경제 나비효과'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12.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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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은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나비효과'를 일으켜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였던 대중국 수출까지 급감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일 "지난달 1∼20일 동안 대중국 수출이 27.8% 급감했다"며 "이는 선진국들의 경기침체로 중국 자체의 수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로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금융기관이 부실해지자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의 실물경기가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5% 감소하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국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도 199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로화 사용 국가들과 일본의 GDP는 지난 2분기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선진국들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자 중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지난 9월 21.5%에서 10월에는 19.2%로 떨어졌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둔화되자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품도 줄었다. 지난달 1∼20일 동안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자동차부품(-48.1%) 석유제품(-47.0%) 반도체(-46.4%) 등 반제품과 원자재 중심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의 70% 이상은 중국 현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들어간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물품의 대부분은 중국이 재가공해 제3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원재료·중간재라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물품 중 생산재를 제외하고 중국 현지 소비자가 최종 소비하는 제품은 3%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출은 중국의 내수보다 수출에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우리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소비재와 자본재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지난달 1∼20일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4.0%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 결과 이 기간에 대중국 무역수지는 사실상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인 1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같은 대중국 무역적자에는 위안화 가치 상승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안/달러 평균환율은 지난해 11월 7.4237위안에서 올해 11월 6.8285위안으로 8.0% 하락했다. 같은 물량을 중국에서 수입해도 달러로 표시한 가격은 높아지게 된다. 이른바 'J커브 효과'다. 장기적으로 위안화의 가치 상승은 우리의 수출경쟁력에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무역수지 적자를 키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중국의 수출 상대국인 주요 경제국들은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 확실시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미국은 -0.7%, 유로화 지역은 -0.8%, 일본은 -0.2% 등으로 선진국 경제 대부분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올해 20% 내외에서 내년에는 11% 정도로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대중국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 직접 소비비중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종호 지경부 무역진흥과장은 "중소기업들의 중국내 물류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 중국 주요 도시 3곳의 창고를 임대해 공동물류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라며 "이밖에 단기적으로 중국 소비를 공략할 만한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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