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오너의 M&A 수업료

더벨 박준식 기자 2008.12.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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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전자 이어 쌍용건설에도 혹독한 대가 치러

이 기사는 12월02일(10:5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 (8,560원 ▼70 -0.81%)그룹을 이끄는 장세주 회장은 사실상의 오너이면서 동국제강 외에 △유니온스틸 등의 철강제조그룹 △국제통운 등 물류그룹 △국제종합기계 △DK유엔씨 등의 정보기술그룹 등 총 26개 계열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장 회장의 동국제강 지분은 15.26%.



장 회장은 그룹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권자이지만 신사업은 예외다. 장 회장의 친동생인 장세욱 부사장이 1996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현재 그룹의 전략기획실장 직책을 맡아 사업 다각화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입사 1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해 최고경영자인 형과 사실상 투톱 체제를 갖췄다.

두 형제의 동국제강 지분을 합하면 총 25.47%.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27.25%인 것을 감안하면 두 임원이 그룹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의 대표사인 동국제강의 성장세는 철강업의 재도약과 함께 눈에 띄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은 3조7255억 원으로 전년보다 22% 이상 상승했고, 영업이익도 3851억 원을 기록, 52%나 증가했다. 올해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연말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다만 불확실한 사업전망을 상쇄할 수 있는 사업다각화 문제는 골칫거리다.

장세욱 부사장은 지난 2005년 IT업체인 유일전자(현 유아이엘) 인수를 위해 1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예상했던 시너지는 거의 얻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철강그룹이 휴대폰 부품업에 진출해 얻은 건 반 토막 난 시장점유율과 10분의 1로 줄어든 주가뿐이다.


인수합병(M&A) 능력에 대해 소액주주들로부터도 거센 비판을 들었던 동국제강은 2년간 절치부심한 후 쌍용건설에 재도전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실패다.

차점자이던 남양건설보다 약 30% 높은 주당 3만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입찰금을 내세워 우선협상자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건설경기가 급격히 후퇴하는 것을 간파하지 못했다.

지방 아파트의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사가 벌여놓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부실화되고 있는데도 옥션 딜(경매식 입찰)에서 일단 베팅으로 이기고 보자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브라질에서 고로 건설을 위한 2조원 대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건설업이라는 이종업 진출에 4620억 원의 현금을 쏟아 붓는 건 장세주 회장의 말대로 "자살행위"와 같다. 결국 240억 원의 입찰보증금을 내고도 본전 생각에 인수결정을 두 달이나 끌었지만 2일 또 다시 캠코에 '1년 유예 요청'을 했다. 캠코는 즉각 "불가"를 선언, 사실상 딜을 포기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장 회장은 "입찰보증금 240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만 기회와 비용을 따져보면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수천억 원의 손해보다 낫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스스로 결정했다는 언급이지만 소액주주들의 배임소송 압박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장 회장이 지난해 배임혐의로 기소됐다가 사면된 적이 있어 관련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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