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는 태국에서 시작된 태풍이 순식간에 눈보라가 돼 우리나라에 들이닥쳤지만 이번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는 모양새다.
뉴욕 월가가 진원지인 '금융위기' 폭풍은 전세계 선진국들을 모조리 초토화시킨 뒤 이제 한국을 향하고 있다.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지만 피부는 이미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시련이 갈수록 혹독해질 것을 알기에 지금의 추위마저 고통스럽다.
외환위기에 떠밀려 늦깍이로 사회에 진출했던 30대 후반들은 결혼을 전후해 또 다시 시련을 겪고 있다. 결혼하면서 한껏 끌어썼던 주택담보대출은 금리급등과 함께 이자폭탄을 퍼붓고 있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던 돈은 반토막이 났다.
특히 금융권 대졸 공채 1세대인 80∼83학번들은 아이들이 대학도 가기 전에 구조조정의 첫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 살아간다. 그나마 형편이 나아 자녀과 아내를 해외로 보낸 '기러기아빠'들은 외로움 뿐 아니라 원/달러 급등에 치를 떨고 있다.
이제 막 직장을 떠나는 50대 후반들도 암담한 처지다. 최후의 보루였던 자영업 시장도 몰락 일보직전이다. 집 한 채 외에는 마땅히 크게 모아둔 돈도 없고, 이 와중에 물가마저 뛰면서 퇴직금 원금 지키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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