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정부보다 미네르바를 더 믿는다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부장 2008.11.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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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믿는다 73% vs 정부 믿는다 6%

[글로벌뷰]정부보다 미네르바를 더 믿는다


네티즌들은 정부보다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더 믿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머니투데이 온라인을 총괄하는 부장으로서 최근 일고 있는 미네르바 신드롬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과연 네티즌들은 정부를 더 믿을까, 아니면 미네르바를 더 믿을까?

마침 18일 미네르바는 신동아 12월호 기고를 통해 한국이 일본 자본에 먹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과연 네티즌들은 미네르바의 이 같은 극단적인 전망을 얼마나 믿을까라는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온라인 설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부를 믿는다는 답은 6%에 불과한 반면 미네르바를 믿는다는 73%가 나왔습니다.

설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정부는 미네르바가 혹세무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정부와 미네르바 중 누구를 더 믿으십니까?"



21일 오후 12시 현재 1만 여명이 설문에 참석해 그중 73%가 미네르바를 믿는다고 대답했고, 정부를 믿는다는 6%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안믿는다는 21%가 나왔습니다.

정부의 경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미네르바를 믿는다는 응답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압도적으로 미네르바를 믿는다는 응답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네르바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맞추면서 인터넷 인기 논객으로 부상했고, 최근에는 한국이 일본자본에 먹힐 것이고, 코스피 500, 강남 집값 반토막 등의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의 전망이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쉬운 글쓰기에 있습니다. 그는 어려운 경제이론을 아주 쉽게 잘 풀어씁니다. 그리고 다소 과격하지만 시원시원한 그의 논법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 전망을 맞추고 틀리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경제 전망은 맞출 수도 있고 틀릴 수 도 있습니다. 미네르바의 전망이 지금까지는 맞았지만 앞으로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네티즌들이 정부보다 미네르바를 더 믿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정부가 경제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것을 웅변합니다.

저는 미네르바 신드롬에서 제2의 촛불을 봅니다. 정부는 광우병 파동이 불거졌을 때, 정부를 믿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정부를 믿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해도 네티즌들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가며 정부를 반박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터넷이 각종 유언비어의 온상이라며 실명제 도입 등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한국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이를 믿지 않습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오르는 각종 경제정보를 토대로 나름대로 경제지식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인터넷에서 터무니없는 경제 정보가 여과 없이 유통되고 있고, 특히 미네르바는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결국 소통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무시하는 한 국민과의 소통은 물 건너 간 일입니다. 이번 경제위기는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서만 풀 수 있습니다. IMF를 조기에 극복했던 것도 금모으기 운동이 상징하듯 온 국민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치단결했기 때문입니다. 그 전제 조건이 정부와 국민의 소통입니다. 인터넷을 반정부 세력의 온상으로 여기지 말고 민심을 반영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인터넷만큼 국민과 소통하기 좋은 도구는 없을 것입니다.

쇠고기는 먹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 펀드가, 내 주식이 걸려 있습니다. 사실 쇠고기보다 더욱 민감한 사안입니다.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다면 경제위기 조기 극복은 요원해 지고, 민심이반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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