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참 싼 주식"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1.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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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나 모멘텀 아닌 '시간'을 매수해야

다우지수 8000선 붕괴 여파는 아시아증시를 패닉에 빠뜨렸다. 코스피지수가 948.69로 -6.7%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500조원이 붕괴됐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7원까지 폭등했다.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은 IMF외환위기 경험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이제 연저점(892.16)이 무너지면서 끝 모를 증시 추락행진이 가속화되는 것일까. 미증시가 회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황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종말론에 귀 기울이는 부류가 많아질 수 있다.

지난달 하순 한국은행의 긴급금리 인하부터 미 FOMC(공개시장회의) 금리인하 그리고 한미 통화스와프협정 체결까지 이어진 증시 회생 카드의 약발이 다함에 따라 새로운 호재가 등장해야만 증시를 다시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공백이 너무 크다. 미국은 GM 지원방안을 놓고 부시 행정부와 오마바 당선자 간에 불협화음에 생기고 있다. 한국은 건설사 구조조정 방안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주식 리스크가 가장 큰 곳이 한국이라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주장. 대출 상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속출. 후발 조선사의 수주취소 현실화 가능성 부상. 환율 재급등으로 키코와 엔화대출분에 대한 환차손 확대. 강남 아파트 급매물 재등장. 실물경기 회복에 최소 2년이나 소요될 것이라는 연구소 전망. 남미 최대 석유수출국인 에콰도르의 모라토리엄 선언 등등 사방에 악재 투성이다.

증시 내부 얘기도 매한가지다. 당분간 재미없는 장이 될 것이라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발언에 주가 전망을 잘못했다고 사과한다는 증권사의 반성문도 나왔다.
주가가 뜰 수 있다는 희망을 언급하는 것조차 배척받는 상황이니 이런 현상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KB금융, 하나금융지주 (61,600원 0.00%), 하이닉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기아차,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두산, 한화, 한진해운, STX 등 이날 하한가로 떨어진 종목을 보면 업종 불문 전방위적인 투매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제 주가 전망을 누가 더 낮게 보느냐가 새로운 풍토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간에 떠도는 지수 500선 전망 밑으로 주장을 해야 이목을 끌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수 전망이 의미없다는 것이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지수 전망 무용론을 주장하는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 바닥을 모른다는 데 동의하지만 주가가 싸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기투자 관점에선 분명히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이므로 지수가 밀릴 때마다 '분할매집' 전략을 권하고 있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이벤트나 모멘텀을 찾는 게 아니라 시간을 사야 한다는 얘기도 곁들인다.
객관적, 상식적으로 봐서 주가가 싼 상태가 되면 펀더멘털이나 경기전망에 좌우되지 말고 일단 주식을 사들어가는 것이야 말로 가장 신중하고도 보편타당한 대응법이라는 것이다.

디레버리지(De-leverage), 디플레(Deflation), 부채(Debt)의 3D가 시장을 휩쓸고 있으나 역버블 상태로 판단한다면 주식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게 현 장세를 보는 결론이다.



이제서야 리스크관리를 한답시고 자산을 처분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점술가의 망령에 혼을 파는 일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세상의 헤게모니가 변하는 상황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노리는 투자는 지구촌 경제 전반을 거는 게임이다.

"싸다고 생각하고 주식을 산 뒤 당장 주가가 뜬 적은 없었으며 항상 더 빠졌다"고 경험자는 말한다.
주가가 빠질 때 사지 못하면 뜰 때 팔지 못한다는 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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