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결국 씨티…신용경색 대위기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11.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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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이 역사상 최대 폭락했다. 1987년10월 블랙먼데이보다 더 하락했다. 19일(현지시간) 종가는 6.45달러. 시가총액은 351억달러. 52주 고가는 35.1달러. AIG GM에 이어 씨티도 담뱃값으로 전락한 것이다. 특정회사의 주가가 담배값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마디로 회사의 생존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장의 평가로 볼 수 있다. 미국식 다국적 상업은행 모델의 최정점에 있는 씨티가 미국의 위기와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것. 거대 공룡 씨티의 파괴력을 감안할 때 파산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사업 외형의 대대적인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금융산업의 재편도 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 장기 주가 추이↑씨티그룹 장기 주가 추이


씨티는 지난 여름 신용경색이라는 괴물이 대중들에게 얼굴을 내민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자산상각을 단행한 장본인이다. 그만큼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비롯한 위험 자산 비지니스가 많았다. 모기지 버블 형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블 붕괴의 후유증은 전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신용경색은 씨티그룹의 위기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씨티라서 '감히' 공개적으로 말은 못했지만 물밑에서는 씨티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난 여름부터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씨티의 문제가 해결돼야 신용경색도 풀릴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씨티는 말 그대로 위기의 하루하루를 보냈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도 치열했다.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이후 대규모 상각과 자금 수혈을 통해 재무구조를 탈바꿈시키는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며칠 전에는 5만2000명의 직원 감원이라는 계획도 세웠다.



◇설마, 씨티가 망하겠어
미국을 대표하는 상업은행으로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부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라는 대주주를 두고 있는 씨티그룹이 파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아직 다수가 아니다. 그러나 신용경색을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급기야 이날 씨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을 대규모 팔았고, 일부를 보유하고 있던 유동화 전문 자회사(SIVs)의 부실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져들었다. 잠재된 부실이 고개를 내밀려 잠재된 위험 의식을 일깨운 것이다.

투자자들은 또 이번 신용위기를 주도한 핵심 주체중 하나인 씨티가 이렇다할 책임도 없이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비난 여론은 제너럴 모터스(GM)를 비롯한 자동차 '빅3' 지원을 앞두고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날 씨티그룹 주가는 역대 최대 하락률(22.8%)을 기록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전 하락 기록은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당시 21.7%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을 대거 보유한 자회사들(SIVs)의 부실 자산을 씨티그룹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에 재무구조가 크게 부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다. 인수하는 자산 규모는 170억달러가 넘는다. 이날 씨티의 발표는 새로운 게 아니다. 기존의 발표대로 재무구조를 고쳐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짓눌린 투자자들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씨티, 서브프라임 버블 '원죄'
씨티그룹은 이날 자사가 자문을 담당했던 7개의 그룹 계열 구조화투자회사(SIV)로부터 174억달러의 자산을 매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SIV는 저금리로 단기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해 고수익의 장기자금에 투자해왔다. 금융시장 호황기에는 은행들이 장부가치에 위험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자산을 늘리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했다. 그러나 신용경색으로 단기 자금 조달 길이 막히면서 만기 불일치로 인한 유동성 압박과 자산 부실화를 겪게 됐다.

앞서 씨티그룹은 지난해 12월 씨티그룹은 SIV의 자산 부실이 심각해지면서 490억달러에 달하는 SIV 자산을 자사 장부가치에 반영할 것이라고 발표한바 있다. 이후 SIV자산을 지속적으로 처분해왔으나 남은 174억달러어치의 자산은 씨티가 직접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자산매입을 위해 3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여름부터 씨티의 SIV는 고수익에 눈이 멀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포함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을 대규모 팔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시장에 팔지 못한 증권은 자신의 장부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문제가 돌고돌아 결국 씨티그룹 자신의 발등을 찍고 있는 셈이다.

다른 헤지펀드를 폐쇄할 것이라는 소식도 악재였다. 씨티그룹은 또 이날 계열 헤지펀드인 코퍼리트 스페셜 오퍼튜니티즈 펀드를 청산할것이라고 밝혔다. 이 펀드는 지난 10월 한달간 자산가치가 50%이상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는 앞서 지난 2월 한때 자산규모가 40억달러에 달했던 이 펀드 고객들의 환매를 중단한 바 있다.

◇부도 위험 급등..금융주 동반 급락
유동성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씨티 채권의 부도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에 해당하는 신용디폴트스왑(CDS) 가격은 폭등했다. 전날 240bp이던 씨티의 CDS 프리미엄(가격)은 이날 360bp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1000만달러 채권의 부도 위험을 막기 위한 보험 비용으로 연 36만달러를 내야한다는 의미다. 이 정도 비용은 사실상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채권에 대해 지불해야하는 수준이다.

씨티 여파로 대형 금융주에 대한 CDS는 모두 급등했다.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모간스탠리 14.8%, BOA가 14%, JP모간체이스가 11.4%, 와코비아가 13.1% 급락했다. 이들 은행들의 CDS는 이날 하루에만 15bp 넘게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11% 떨어져 사상최저가를 경신했다. HSBC 주가도 7.7%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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