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마약성분 '살빼는 약' 속수무책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11.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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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대응은 모두 하고 있다."

식약청이 '살빼는 약' 사용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오남용을 단속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문제는 18일 한 인터넷 신문이 시중 병의원에서 비만 치료용 처방전의 80%가 마약류(향정신성 식욕억제제)라고 보도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식약청의 의뢰를 받은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지난 2007년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비만치료제에 대한 소비자 사용행태 등을 조사한 결과, 비만치료용으로 처방된 약의 80.4%에 마약류가 포함돼 있었다.



이런 약을 처방받은 사람 대부분(96%)이 여성으로, 이중에는 16~20세 미성년자도 4.2% 포함돼 있었다. 또 37%는 한달 이상, 4.7%는 3개월 이상 처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미성년자에게 대한 처방이 금지돼 있고, 4주 이상 처방도 피하도록 돼 있으나 대부분의 병의원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2~3가지를 4개월 이상 처방받은 경우도 있었다.



식약청은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마진돌' 등이 들어간 식욕억제제를 비만치료제로 사용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이들은 배가 고프지 않거나 배가 부르다고 느껴 음식을 덜 먹게 하는 작용을 한다. 모두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약으로 의존성이 우려돼 마약류(향정신성)로 분류된다.

이들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일 경우 사용하도록 돼 있다. 다른 성분의 살빼는 약과 함께 쓰는 것은 안되며, 16세 미만에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실제로 환자에게 처방될 때 이런 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의사가 더 써야겠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4주간의 사용기간도 의사 판단에 따라 복용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식약청은 제한을 하고 싶어도 의사의 처방권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의약품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보건당국의 단속범위를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체중조절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어 이 같은 오남용 문제는 앞으로도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비만클리닉 등에서 관련 제품이 인기를 얻으며 국내 제약사들도 제품을 꾸준히 내놓는 추세다. 실제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생산실적은 2005년 353억원에서 2007년 450억원으로 약 27% 증가했다.

식약청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청은 3년 전인 2005년 11월에 오남용 방지를 위해 이들 의약품의 사용기간을 줄이고 다른 성분 약물과 함께 쓰는 것을 권장한 바 있다.

그래도 문제가 지속되자 지난 4월에는 의사와 약사에게 안전성서한을 배포해 적정한 사용을 당부하고 제약협회와 제약사 등에는 자정노력을 요청했다. 업체 단속에도 나섰다. 2005년~2007년 향정신성의약품을 남용한 약국과 병원 등 94개 업소를 적발했다.

식약청은 윤여표 식약청장이 TV 캠페인까지 나서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오남용이 문제인 것은 알지만 의사 처방권을 침해할 수 있어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사용을 자제하도록 반상회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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