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은행의 '답답함'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11.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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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은행의 '답답함'


"한국은행이 경쟁입찰 방식의 스와프거래를 통해 달러를 공급한다고 하는데 정작 국내 은행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 은행의 자금담당자는 한은에 잔뜩 뿔이 나 있었다. 그는 "한은이 공급한 달러의 절반가량이 외국계 은행으로 흘러갔고, 최근 입찰에서는 한 외국계 은행 지점이 대부분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설명과 달리 국내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술 더떠 애초 외국계 은행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했다는 불평도 했다.

한은에 지준계좌를 보유한 외국환은행이면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가이드라인이 너무 높아 국내 은행들이 쉽게 참여하기 어렵다고 한다. 최근 입찰에서 한은이 제시한 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750bp 정도를 더한 수준으로,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 등으로 왜곡된 시장을 그대로 반영했다.



"은행들이 수출업체에 대출할 때 가산금리를 300bp 정도 붙이는데 한은이 제시한 금리대로 달러를 받아온다면 역마진을 볼 수 밖에 없어요" 그의 목소리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는 표정이다. 금리를 높게 제시하는 것은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대한 '페널티' 성격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또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은 본부에서 자금수혈을 받을 수 없어 문을 닫을 경우 그 파장도 간단치 않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자칫 불신이 쌓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한은은 자신이 은행이 아닌 것으로 착각한다"거나 "사고친 은행들이 급하면 한은만 바라본다"는 식의 상호 비판은 미뤄둬야 할 것같다. 금융시장이나 참가자들이 결코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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